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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 소송…18개월 마무리된 과거사위, 2라운드 시작되나

중앙일보

입력

2012년 11월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사퇴회견을 하기위해 서초동 대검찰청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11월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사퇴회견을 하기위해 서초동 대검찰청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로부터 ‘윤중천 리스트’로 묶여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으로 지목된 한상대(60·사법연수원 13기)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55·연수원 19기) 전 대구고검장이 잇따라 소송을 내면서 18개월 활동을 마친 과거사위에 또다시 논란이 붙을 전망이다.

한 전 총장은 지난달 31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핵심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촉구한 과거사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정한중 검찰과거사위원장 직무대행과 김학의 전 차관 사건 주심위원인 김용민 변호사,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서 조사 실무를 맡은 이규원 검사 등을 상대로 5억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한 전 총장은 소장에서 “본인이 2011년 윤중천이 고소당한 사건에 대해 수사관을 교체하는 등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면서 수사가 필요하므로 검찰에 수사가 촉구한다고 과거사위가 발표했지만, 당시 본인은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으므로 위 발표는 명백한 허위”라고 밝혔다. 또 “검찰이 윤중천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수사관 교체를 했다는 2011년 7∼8월은 본인이 검찰총장으로 내정 받아(2011년 7월16일) 국회 인사청문회(2011년 8월 4일) 준비를 하던 중이었으므로 위 사건에 관여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장은 “그럼에도 당시의 수사담당자들에게 사실확인을 하는 등 가장 기본적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추측만으로 사건에 관여했다고 발표하고 수사를 촉구한 것은 의도적으로 명예를 훼손하겠다는 고의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법률가로서의 최소한의 금도도 지키지 않은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2017년 6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 관련 의혹 수사를 맡을 당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전민규 기자

2017년 6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 관련 의혹 수사를 맡을 당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전민규 기자

윤씨와 유착관계를 맺은 또다른 검찰 관계자로 지목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도 지난달 30일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피고소인은 한 전 총장 측과 마찬가지로 정한중 검찰과거사위원장 대행과 김학의 전 차관 사건 주심위원인 김용민 변호사, 대검 진상조사단에서 조사 실무를 맡은 이규원 검사 등이다. 윤 전 고검장은 “윤중천을 전혀 모르므로 골프를 치거나 별장에 간 사실이 없으며 윤중천 관련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한 사실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과거사위가 지목한 전직 검찰 간부는 한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고검장, 박모 전 차장검사 등 3명이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과거사위에 이들을 묶어 보고하면서 “윤중천 리스트라고 불러도 무방한, 윤씨와의 유착 의심 정황이 다분한 검찰 고위관계자”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18개월 동안 진행돼 온 검찰 과거사위원회 활동이 전직 검찰 간부 고소로 제2라운드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장이 건설업자 횡령 사건을 일일이 알기는 어려웠을 가능성도 있다”며 “소송을 통해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송을 우려해 과거사위에 활동했던 법조인들이 사의를 표명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김학의 전 차관 조사팀으로 활동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 3월에, 김갑배 과거사위원장은 지난해 12월에 각각 사의를 표명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고서가) 난도질당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 왜곡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기록을 가장 많이 보고 조사에 참여한 사람이 주장하는 근거와 의견, 양심이 이렇게 무시되고 있다”며 “이건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과거사위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발표에서 무슨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되었나”라고 반문혔다.

검찰의 과거 인권 침해나 수사권 남용 사례 규명을 위해 2017년 12월 발족한 과거사위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고(故) 장자연씨 성접대 의혹 등 사건 17건을 재조사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달 31일 용산 참사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활동을 마무리했다. 용산 참사 사건을 수사한 수사팀 역시 당시 검찰이 정부와 경찰의 입장을 옹호했다는 내용의 과거사위 결과 발표 내용에 대해 "수사팀의 명예를 훼손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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