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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교육·의료난, 오만한 미국 예외주의 때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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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호 20면

대변동:위기, 선택, 변화

대변동:위기, 선택, 변화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

박학다식 다이아몬드의 진단 #개인의 위기 테라피 국가 적용 #“2050년 세상 붕괴가능성 49% #일본은 인구 줄어도 더 풍요”

퓰리처상을 받은 『총, 균, 쇠』로 유명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지리학)는 세계 정상급 공공지식인이다. 박애주의자·자선사업가인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는 이번에 나온 다이아몬드 교수의 『대변동』을 자신이 선정한 2019년 여름 필독서 5권 중에서도 톱으로 추천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는 우리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해 보다 낙관적이 됐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자신이 ‘신중한 낙관주의자’라고 생각하지만, 격주 발행 시사 잡지 ‘뉴욕’과 지난달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50년 전후로 지금 우리에게 친숙한 세상이 붕괴할 가능성은 49%라고 나는 추산하겠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지난 60여년간 문명과 문명 속 여러 나라의 흥망성쇠를 연구했다. 『대변동』은 『총, 균, 쇠』(1997), 『문명의 붕괴』(2005), 『어제까지의 세계』(2012)에 이은 문명 4부작의 완결편이다.

이번  『대변동』의 방법론은 좀 특이하다. 개인과 국가,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위기 극복 과정에는 상당한 공통점이 발견된다는 것. 이 책은 이혼·실직, 사랑하는 사람의 사망과 같은 개인 차원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효과가 검증된 ‘위기 치료(crisis therapy)’를 국가와 세계에 적용했다.

2011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미워하지 말고 창조하라(Create, Not Hate)’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대변동은 빈부격차·환경변화·핵무기 등 각 국가와 세계를 위협하는 대변동을 다룬다. [사진 데이비드 섕크본]

2011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미워하지 말고 창조하라(Create, Not Hate)’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대변동은 빈부격차·환경변화·핵무기 등 각 국가와 세계를 위협하는 대변동을 다룬다. [사진 데이비드 섕크본]

개인 위기 해결에서 힌트를 얻어 ‘국가 위기 해결을 위한 12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나라에 문제가 있다’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을 탓하지 않고 우선 내 탓을 하는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우리나라의 국가 정체성,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본보기로 삼을 만한 다른 국가의 성공 사례는 어떤 게 있는가’에 대한 정직하고도 현실주의적, 유연한 논의가 필요하다. 필요하면 다른 나라의 물질적인 지원도 받아야 한다.

사회학자·생물학자·심리학자·역사학자·지리학자로서 이 시대의 대표적인 박식가(polymath)인 다이아몬드 교수의 이번 책은 비교사학을 동원해 근현대 세계에서 위기를 극복한 7개국(핀란드·독일·일본·인도네시아·오스트레일리아·미국·칠레)의 사례를 비교 분석한다.

일부 자서전 성격도 가미한 이 책은 예측서이기도 하다.  『대변동』은 다음과 같은 예언 혹은 예측을 쏟아낸다.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종식된다면 군부 지도자들이 주도한 반란 때문은 아닐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도 민주주의는 종식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일본은 인구가 줄어들더라도 가난해지기는커녕 더 풍요로워질 듯하다.”

-“중국이 1인당 평균 소득에서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면 내 생각에는 민주주의 결여이다. 요컨대 미국이 민주 정부를 유지하고 중국이 독재를 고집하는 한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주장이 맞는다면 국가는 개인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까. 겸손이 아닐까. 국가적 차원의 겸손을 가로막는 것으로 예외주의가 있다.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국가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는 미국의 태도는 ‘미국 예외주의’라는 믿음과 관계가 있다. 달리 말하면 미국은 유일무이한 국가여서 다른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것도 미국에는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미국이 안고 있는 교육, 의료, 빈부 격차와 같은 문제를 미국보다 잘 처리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은데 미국이 ‘미국 예외주의’가 부르는 교만함 때문에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다이아몬드 교수는 지적한다. 우리는 혹시 ‘한국 예외주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라는 주장하는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번 한글판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이 이번 책도 즐겁게 읽어주면 좋겠습니다. 어떤 경우이든 나는 한글, 한국인 친구들과 학생들을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것입니다.”

김환영 대기자/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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