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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명이 모여 동시에 뭐해? 중국인의 유별난 'OO' 사랑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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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안마 전 발을 뜨거운 물에 담그는 행위(泡脚)’와 ‘족욕(足浴; 발을 씻는 행위뿐 아니라 안마, 괄사 등을 포함하는 행위)’이라는 단어를 구별하여 사용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발을 따뜻한 물에 담그고 씻는 행위’도 ‘족욕’이라고 표현하기 때문에 해당 글에서는 두 단어를 혼용하였다.

[출처 소후닷컴]

[출처 소후닷컴]

최근 중국에서 인기리에 방영하고 있는 중국판 프로듀스101, <촹짜오잉(创造营)2019>에서 참가자들이 배낭에 본인이 넣어온 ‘필수품’을 공개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휴대용 ‘발 담그는 대야(泡脚盆)’였다. 그는 평소 발을 담구고 쉬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실제로 필자가 중국에 있을 때 많은 중국인들은 퇴근길에 족욕샵(泡脚超市)에 방문하는 모습을 보았고, 필자도 중국 친구들과 함께 저렴한 가격으로 피로를 풀며 ‘소확행’을 즐기기도 했다.

2018년 중국 장시(江西)성 이춘(宜春)시에서 10,289명의 사람이 동시에 모여 족욕을 즐기는 모습 [출처 마펑워]

2018년 중국 장시(江西)성 이춘(宜春)시에서 10,289명의 사람이 동시에 모여 족욕을 즐기는 모습 [출처 마펑워]

이처럼 일반 마사지샵이 아닌 족욕샵이 따로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의 족욕 사랑은 유별나다. 게다가 2018년에는 중국 장시(江西)성 이춘(宜春)시에서 10,289명의 사람이 모여 족욕을 즐겼던 이벤트는 기네스북에 신기록을 갱신했을 정도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앞서 2013년에 같은 곳에서 10,083명이 모여 동시에 족욕을 하며 기네스북에 오른 적이 있는데, 2018년의 이벤트는 2013년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이들은 왜 이토록 족욕을 좋아하는 것일까?

1. 양생(養生) 요법으로서의 족욕
앞서 중국판 프로듀스101의 참가생이 “피로를 풀기 위해” 한다고 말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피로 회복을 위해 족욕을 규칙적으로 한다. 일종의 ‘양생(养生) 방법’ 중 하나이다. 양생이란 몸을 튼튼하게 하고 병이 생기지 않게 해서 오래 살기 위하여 음식, 운동, 정서관리, 성생활 등 생활 준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족욕은 피로를 푸는 행위로서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면 온몸의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 냉증이나 감기 등에 효과적이다.

한 연구에서는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 충분한 건강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다. 발을 약 41-43도의 따뜻한 물에 담그고 20분 정도 기다리면 굳은 혈관이 약 10% 이상 풀려 혈액순환을 촉진한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편안함이 증가하여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2. 족욕이 효도에 도움된다?

중국 장시(江西)성 요주(饶州)시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어머니의 발을 손수 씻겨 드리고 있는 모습 [출처 소후닷컴]

중국 장시(江西)성 요주(饶州)시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어머니의 발을 손수 씻겨 드리고 있는 모습 [출처 소후닷컴]

2013년 효도 공익 광고 <어머니의 발을 씻겨 드리세요(给妈妈洗个脚)>에서는 어머니의 발을 씻겨 드리며 사랑을 전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또한 2018년 중국 모친절(母亲节; 어머니날)을 기념하여 강서(江西)성 요주(饶州)시 교도소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어머님을 안심시켜 드리자(让妈放心)’는 주제의 행사를 진행했다. 이때 수감자들은 행사장에서 직접 따뜻한 물에 어머님의 발을 씻겨 주며 “죄송하다”고 거듭 사죄하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이처럼 부모님의 발을 직접 손으로 씻겨 주는 행위는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고, 중국 학교에서는 종종 어린 학생들에게 ‘부모님 발 씻겨 드리기’와 같은 숙제를 부여하기도 한다. 사실 발을 씻겨주는 행위는 그저 수단이고 이러한 행동을 하는 도중 자연스럽게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과의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다.

건륭황제의 족욕 이야기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족욕을 즐겼다고 하는데 그 중 청나라의 전성시대인 건륭시대를 다스린 건륭황제(乾隆皇帝)의 족욕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륭시대의 중국은 이 무렵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으며, 그 문화가 유럽 사회에 널리 알려졌을 정도로 최대 전성기였다. 조부 때부터 축적한 재정을 계승하여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문화적으로도 융성하도록 나라를 다스린 건륭황제는 본인의 건강에도 특히 신경썼다.

건륭황제(乾隆皇帝) [출처 바이두백과]

건륭황제(乾隆皇帝) [출처 바이두백과]

‘건륭황제는 발 씻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乾隆皇帝超爱泡脚)’는 문장이 한 때 중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건륭황제는 25세에 황위에 올라 60년동안 황권을 이어갔으며, 선위 후에는 태상황(太上皇)의 지위로 약 3년간 지냈다. 그는 태상황제를 지낸 기간까지 포함하여 재위기간이 가장 긴 황제로 89세까지 살았으며, 중국 역사상 가장 장수한 황제로 유명하다. 사람들은 그의 장수 비결이 ‘족욕’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한 때 그의 족욕 방법은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아침에 삼백 보 걷기, 저녁에 한 번 족욕하기(晨起三百步,晚间一盆汤)’라는 이른바 양생과 관련한 명언까지 할 정도로 건강에 신경 쓰고 족욕 역시 사랑했다고 한다. 그는 깊은 대야를 사용하여 종아리까지 따뜻한 물에 깊게 담그고 손으로 다리부터 발까지 계속 주물러 안마를 했다. 특히 그는 뜨거운 물이 식을 때마다 계속 부어가며 족욕 시간을 충분히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물에 한약재, 홍화, 쑥잎, 계피, 정향 등을 넣어 건강 증진 효과를 극대화 했다.

건륭황제의 비화를 통해 중국인들이 예부터 족욕을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한약재를 비롯하여 피부 미용에 좋은 재료까지 물에 넣고 발을 마사지를 하기도 한다. 이처럼 족욕을 통해 양생에 힘쓰는 중국인들, 그들의 족욕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 싶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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