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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우야 후임 "공백"…파벌 갈등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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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방인철 특파원】23일 실시된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한 책임을 지고「우노」일본수상이 사퇴하게 됨에 따라 일본정국은 후임총재 선출을 둘러싸고 다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출발부터 잠정정권의 성격이 짙었던「우노」내각의 퇴진은 예상된 일이었지만 30여 년 간 지속된 자민당 1당 독주체제의 일각이 무너지는 충격과 함께 시기적으로 너무 빨리 닥쳐왔다는 점에서 자민당수뇌부는「포스트 우노」선택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다가「우노」수상자신도 퇴진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한달 내에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신임수상을 지명해 줄 것을 요구, 시간마저 더욱 촉박하게 됐다.
리크루트 사건의 여파로 초토화된 자민당이 응급조치로 출범시킨「우노」내각이 결국 실패로 돌아간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밀실정치에 대한 반발과 함께 이번만은 당내여론을 최대한 반영하자는 소리가 높다.
그래서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일찍부터 나온 게 총재 공선 론.「다케시타」파의 수장 격인 「가네마루」전 부수상을 비롯, 「후쿠다」·「스즈키」전 수상,「고모토」씨,「와타나베」 정조회장 등 당 원로급은 입을 모아『다음 수상은 선거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한데서「공선 론」은 당내대세를 이뤄 왔다.
파벌 영수 급이 입을 모아 공선 론을 주장한데는▲「우노」 수상으로는 올해 안으로 예상되는 중의원 해산-총선거를 치러 낼 수 없다는 위기감▲후계총재를 선거로 뽑는 편이「우노」선출 때처럼「밀실담합」의 비판을 받지 않아 당내구심력을 높일 수 있다는 반생 논에 근거를 두고 있다.
「우노」총재 선출을 둘러싼 잡음은「우노」내각을「나카소네 아류」또는「다케시타 수렴청정」이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킨 만큼 또다시 되풀이할 수 없다는 게 지배적인 당내여론이다.
한편「가네마루」·「와타나베」씨에게는 파벌해소를 주창해 온「이토」전 총무회장을 숫자의 힘으로 후보에서 일찍부터 탈락시킬 수 있다는 속셈도 있다.
자민당 당헌에 의하면 2년 임기의 총재를 뽑는 공선은 입후보자가 4명 이상이면 전국당원·당 우들에 의한 예비선거로, 또 3명 이하면 국회의원들만의 본 선거로 치르게 되어 있다.
그러나 후보가 4명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어 그렇다면 의원총회에서 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엔「우노」와 마찬가지로 10월말까지의 잔여임기만 채우는 잠정정권이 성립되게 되므로 임기만료 후에는 다시 공선을 해 본격정권으로 이행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해진다.
총재선출방식의 합의도 어렵지만 어떤 후보를 내세울 것이냐에 대해서도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
우선 거론되는 인물이 자민당 내 유력 파벌 영수 급 인사인「와타나베」「아베」「미야자와」등이다.
그러나 지난5월30일 리크루트 관련자는 차기총선거실시까지 근신하기로 한 당론에 따를 경우, 인물선택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우노」수상도『쫓겨나는 마당에 후계수상에 대해 무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후보추천에 언급을 피했지만 사실 인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우노」수상선출 때 거론됐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낙천 된 인물들이 다시 부상할 것 같다.
파벌영수 급으로는「가네마루」(「다케시타」파 회장)와「고모토」(「고모토」파 회장)등 이 다음으로 거론될 수 있는 인물. 「가네마루」 씨가 당내 최대파벌을 업고 나선다면「삭의 논리」로 당선될 가능성도 있다. 「고모토」또한 리크루트로 유일하게 다치지 않은 파벌영수라는 점에서 당내여망이 많다.
장로 급으로는「후쿠다」전 수상을 빼놓을 수 없다.
경력·실력 면에서 당 최대의 위기를 구할 수 있는 구원투수라는 점에서「우노」수상 천거 때는 강력한 후보로 부상했었다. 그렇지만『시계의 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 없다』는 당간 부들의 의견도 아직 거세다.
「가네마루」가 되든,「후쿠다」가 되든 이들은 잠정정권의 성격을 벗어날 수 없다.
여기에 다시 재론될 가능성이 큰 인물이「이토」다. 당내실력자들의 반발도 있지만 청렴정치 인이라는 점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게 큰 장점.
「고토다」전 관방장관도 추천대상이지만 총재가 되기에는 미흡한 인물이라는 평이 지배적.
제3세대 격인 50대의 중견 그룹도 당 개혁의 바람을 타고 거론될 전방인데 가장 유력한 후보로 뗘 오르는 인물이「하시모토」간 사장이다. 참의원선거대패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명분 때문에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몇 안 되는 정책 통에 선거 전 명수라는 점에서「이토」 「스즈키」등 당내 다른 파벌 원로들의 신임이 두텁다.
같은 세대에 속하는 그룹으로「이시하라·신타로」「고노·요헤이」등도 거론될 수 있으나 아직 경량급.
지난「우노」수상선출 때 당내에서, 반기를 든「야마시타」전 방위청 장관이 다시 신진그룹의 추천을 받아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들 젊은 그룹의 추대에는「아베」「미야자와」「와타나베」등 뉴 리더들의 반발이 거세다.
사회당이 거센 역풍을 타고 자민당을 위협하고 있는 형세인 만큼 차기 총 선에 대비한 포석을 위해서도「우노」수상 후임결정은 과거어느때보다도 신중한 선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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