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능성에 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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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민당의 참패, 사회당의 압승으로 끝난 일본 참의원선거는 분명히 하나의 이변이다. 그것은 변화의 결과일 뿐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중요한 관심사다.
자민당 패배의 내적 요인은 당 지도부의 리더십과 도덕성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실망, 그리고 변화에 대한 기대심리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의 그와 같은 생각을 지금 단계에서 과대평가 하는 것은 속단일 수 있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우노」내각이 총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고 사회당 측이 중의원 해산과 총선 실시를 요구하고 있어 결국 그런 방향으로 일본 정국이 흘러갈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그런 절차가 곧 자민당의 몰락과 사회당의 집권으로 이어지리라 볼 상황은 아직 아니라고 본다.
전후 30여 년 간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자민당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깊은 의존심이 앞으로 예상되는 중의원 선거에서는 참의원 선거결과에 대한 반성과 반발세로 나타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자민당은 과거의 자민당일 수 없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의 참패로 자민당은 보다 높은 정치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국민의 여론과 정치기반이 커진 사회당 등 야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시대상황에 맞는 변신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와 같은 변화는 일본 국내정치에서 뿐 아니라 대외관계에 있어 보다 크게 나타날 것이며, 특히 한반도 문제에 대한 사회당의 영향력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가 우리들의 큰 관심사다.
자민당은 지금까지 한·미·일을 연결하는 미국 주도의 아시아 전략구도를 받아들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해 왔다. 또 한반도에서 대한민국만을 유일 합법 정부로 인정해 왔다.
이에 반해 사회당은 미-일 안보조약의 폐기를 주장하고 친 북한정책을 고수해 왔다. 이 같은 두 정당의 노선 차이가 앞으로 일본의 대한반도정책에 보다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물론 금년 들어 사회당도 대한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바꾸어 왔다. 앞으론 더 두고 봐야겠지만「고르바초프」소련공산당 서기장의 탈 이념적 국가관계 추진이 아시아에서 이념적 대결구도를 크게 완화하고 있고, 한국의 국력이 신장됨에 따라 사회당의 태도변화도 최소한 남북한 등거리정책 정도로는 변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어쨌든 일본 국내정치에서 새로 나타난 정당간 역학관계의 변화는 어떤 모습으로든 대한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만큼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해우리 정부도 유연한 대응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 첫 준비작업은 지금까지와 같은 자민당 일변도의 대일 관계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보다 다원적 자세를 취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사회당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조차 인정치 않으려는 오만한 입장을 취해 왔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우리정부도 사회당을 백안시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사회당이 보인 대한 관의 변화는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고도 볼 수 있다. 아직은 그 가능성이 왜소하지만 집권 가시 권에 들어선 정당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사회당과의 냉랭한 관계는 일본을 위해서나 한국을 위해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일본내의 정치구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이때에 과거의 감정적 앙금에 집착하지 말고 미리 모든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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