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노키아 등 저가 대공세에 속수무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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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증권 이승혁 애널리스트는 "여러 가지 기능이 휴대전화기에 탑재되는 데다 슬림 디자인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 업체들의 연구개발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중견 업체는 어려운 국면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때 20개에 육박했던 국내 중소.중견 휴대전화 업체는 2003년 이후 급속히 줄었다. 2003년과 2004년에 스탠다드텔레콤.세원텔레콤.텔슨전자.맥슨텔레콤 등이 연이어 쓰러졌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VK가 부도를 내면서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삼성전자.LG전자.팬택 계열 등 '3강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

VK는 1997년 설립 당시 2차 전지사업으로 출발했다. 중국산 제품이 물밀듯이 밀려오자 2001년 휴대전화 사업으로 업종을 바꿨다. 국내 대부분 중소.중견 휴대전화 업체들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제품에 치중하고 있던 당시 VK는 세계 시장의 80~90%를 차지하는 GSM에 승부수를 띄웠다. 이 전략이 주효해 VK는 급성장할 수 있었다. 휴대전화 사업 전환 이듬해인 2002년 이 회사는 1405억원의 매출에 2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지난해 VK는 영업손실 58억원, 당기순손실 649억원을 기록했다. 연구개발을 위해 지난해 프랑스 회사 VMTS를 100억원에 인수한 데다 슬림폰 'X100'을 개발하기 위해 거금을 투입한 게 화근이었다. 국내 시장에서 보조금제가 시행되면서 고가 단말기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몰린 것도 저가 제품 위주의 VK를 힘들게 했다.

이희성.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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