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까지 나선 한·일 관계 회복, 시간이 없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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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호 30면

한·일 관계 개선 요구가 동맹국으로부터도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의 어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한·일 사이의 갈등이 미국의 큰 걱정거리로 확대된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는 한반도 안보의 기반인 한·미·일 협력체계의 훼손 가능성이다.

그동안 한·일은 영토·위안부 등의 갈등에도 안보만은 협력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의 일제 강제노역 보상 판결에 이어 일본 초계기 레이더 조사와 욱일기 게양 거부 사건까지 터지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양국 군사협력은 파탄지경이다. 앞으로 우발적인 군사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있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미국은 한·미·일 연대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선 미·중 사태를 신냉전으로까지 보고 있다. 미·일의 인도·태평양전략에 한국의 참여를 일도양단하라는 압력은 거세질 전망이다. 동맹의 축에 서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정부는 손놓고 있을 시간이 없다. 이낙연 총리가 지난해 10월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해 한·일 갈등 타개책을 논의한다고 했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타조가 위급하면 모래에 머리만 파묻는 ‘현실 도피’와 다름없다. 우리에겐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역할이 필수다.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는 전쟁수행의 핵심이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을 한반도 방어의 안전판이라 한다. 북핵 해결에도 일본 협조는 중요하다.

정부는 한·일 관계 회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 양국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외교를 펼치고, 상황별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달 말 싱가포르 상그릴라 한·일 국방장관회담과 다음 달 G20 정상회담이 좋은 기회다. 김영삼 정부의 ‘역사 바로 세우기’로 나빠진 양국 관계를 대승적으로 풀기 위한 ‘김대중 대통령-오부치 일본 총리의 공동선언’(1998년) 정신을 되새겨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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