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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깊이읽기] 왜, 민족일보는 형장의 이슬로 끝났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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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민족일보 연구

김민환 지음, 나남출판, 354쪽, 1만5000원

1961년 일어난 '민족일보 사건'은 한국언론사에서 가장 가혹한 탄압사례로 꼽힌다. 신문 폐간에 더해 발행인인 조용수 사장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혁신계 인사들이 주동이 됐던 민족일보는 61년 2월 창간호를 냈다.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대안언론'으로 한국 중립화와 정치적 평화통일을 주장하며 남북협상, 문화교류 등을 제안하는 등 진보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다가 5.16 군사쿠데타 직후 혁명재판소에서 된서리를 맞았다. 반국가단체인 이북 괴뢰집단을 고무.동조했다는 혐의였다.

이 책은 사건이 일어난지 50여 년만에 나온 본격적인 학술연구서다. 92호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민족일보의 기사.논설.사설 등 내용 자체를 꼼꼼히 분석해 당시 혁명재판부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은이는 민족일보의 논조가 영국 노동당을 모델로 한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향했으며, 통일론도 친북노선이 아닌 반북. 반김일성주의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사건 배경엔 '이적성'여부 보다 정략적 의도가 깔려 있었다고 주장한다. 즉, 대학생과 진보적 지식인들을 혁명 초기에 제압해 둘 필요성과 박정희 자신의 이념적 배경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을 해소할 의도 때문에 이른바 '용공분자'에 대한 극단적 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이다.

"사회는 사상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며, 좌우의 대안언론은 활기차게 제 주장을 펴되 스스로 품격을 지켜야 하고, 무엇보다 주류언론은 통합의 매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인데 지은이의 메시지로도 읽힌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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