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과주말을] '여자를 알려 주마' 남자들의 야심찬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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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똑똑한 남자들이 고발하는 나쁜 여자 보고서

다니엘 비히만 지음, 조경수 옮김, 행간, 212쪽, 1만원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동시에 살이 찔 수 있는 '별종'은 누구? 정답은 여자다. 어떤 남자가 엉뚱한 제안을 했다. "3년 신은 운동화를 푹 삶아 달인 물을 1주일 먹으면 틀림없이 살이 빠질 것이다." 여자는 언젠가 그 물을 마실 것이다. 왜? 여자들이 해보지 않은 다이어트는 없으니까. 양배추 수프 다이어트, 비타민A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등등….

여자는 몇 주간 굶주리며, 출산 때와 같은 모진 고통을 참아내며 수백g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의기양양해진 그녀. 친구들을 불러모아 기쁜 소식을 전한다. 몸에 꽉 끼는 새 옷도 자랑한다. 그리고 생크림 케이크에 시럽을 듬뿍 친 커피를 음미한다. 이어지는 괴성, 오, 마이 갓!

'나쁜 여자 보고서'는 여자의 음모를 파헤치고 여자들의 실체를 폭로하겠다는 야심만만한 책이다. 당연히 폭로자는 남성. 머리를 싸매고 이해하려 해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여성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 남성들의 한풀이 비슷하다. 틈만 나면 신용카드를 긁어 가방.구두를 사들이고, 하루가 멀다 하고 멀쩡한 머리를 매만지고, 자나깨나 여전히 나만을 사랑하느냐고 캐묻는 여자들에 질린 남자들이 킥킥 웃음을 터뜨리며 읽을 만한 대목이 많다.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을 만나서 새 핸드백 세 개를 들고오는 존재가 바로 여자라나. '남과 여'에 대한 개그콘서트쯤 된다. 그렇다고 여성폄하로 매도하진 마시길. 어차피 서로 잘 파악해 알콩달콩 살자는 취지니까.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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