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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맨' 모디 2024년까지 임기 연장…印 집권여당 총선 압승

중앙일보

입력

인도 국민이 다시 한번 모디를 선택했다.

경제 개혁·안보 이슈 내세워 민심 장악 #파키스탄 공습으로 재집권 굳히기 #농촌 빈곤·종교 갈등 등 과제로 남아

23일(현지시간) 인도 총선에서 집권 인도 국민당(BJP)이 이끄는 여당 연합의 압승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69)의 재집권도 사실상 확실해졌다.

지난 8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총선 캠페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 8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총선 캠페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모습. [EPA=연합뉴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총선 개표 결과, BJP가 전체 연방하원 543석 가운데 과반 의석(272석)을 넘는 299개 선거구에서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제1야당 인도 국민회의(INC)는 51개 지역구에서만 우세를 보였다. 그 외 30여 개 군소 정당이 나머지 약 200석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BJP는 2014년 연방하원 총선에서는 282석을 얻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인도는 연방하원에서 과반을 차지한 세력이 정권을 잡고 총리를 추대한다. 이에 따라 집권 여당 BJP는 현 모디 총리를 재추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집권한 모디 총리는 연임에 성공하며 2024년까지 임기를 연장하게 됐다.
모디 총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함께 성장하고 번영한다. 우리는 함께 강한 인도를 만들 것”이라며 “인도가 다시 한번 이긴다”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역대 인도 총리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인물은 모디를 포함해 5명뿐이다.

신분제 질서가 엄격한 인도 사회에서 모디 총리는 전설적인 인물로 통한다. 인도의 신분제도인 카스트의 하위계층인 상인 출신으로 거리에서 홍차를 팔던 그는 고향인 구자라트주(州)에서 1980년대 BJP 선전원으로 정치 인생을 시작해 2001~2013년 주 총리를 역임한 뒤 2014년 연방정부 총리 자리에 올랐다.

2019년 5월 2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총선 승리 소식에 환호하고 있는 인도 국민당 지지자들의 모습. [AP=연합뉴스]

2019년 5월 2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총선 승리 소식에 환호하고 있는 인도 국민당 지지자들의 모습. [AP=연합뉴스]

모디 총리는 BJP에서 초년병 시절부터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구자라트주 총리 재직 당시 1인당 개인소득과 수출을 크게 개선하는 등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터프가이로 불리는 모디 총리는 현상 유지를 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많은 인도인이 모디 총리를 인도 경제에 꼭 필요한 지도자로 여기고,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디는 2014년 연방 총리가 된 후에도 제조업 활성화 캠페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상품서비스세(GST) 통합, 화폐 개혁 등 경제 분야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2월에는 분쟁이 잦은 접경지역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발휘해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며 연임 가능성을 예고했다. 파키스탄과 인도 사이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자살 폭탄 공격으로 인도 경찰 40여명이 사망하자 파키스탄을 배후로 지목하며 전례 없는 공습을 단행한 것이다. 이후 주춤했던 지지율이 급등했다.

경제·안보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지만 모디 총리는 힌두민족주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인도 내 종교와 계층을 분열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 구자라트주 총리 시절 힌두교도가 이슬람교도 2000명 이상을 학살했을 때 이를 방조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이번 총선에서 쏟아낸 포퓰리즘성 공약도 숙제로 남았다는 지적이다. 모디 총리는 총선 유세과정에서 모든 농민에게 6000 루피(약 10만3000원)의 현금을 매년 지원하고, 저소득 농민 대상 연금과 무이자 대출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또 향후 5년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속도로·지하철 건설 등 인프라 분야에 100조 루피(약 1710조원)를 투입하겠다는 공약도 했다.

이를 두고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투표 결과는 (유권자들이) 모디 총리의 포퓰리즘 정책과 힌두 민족주의를 인정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찬드라 반 프라사드 정치평론가의 말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쌍둥이”라며 “(이번 총선 결과는)전 세계를 휩쓰는 우파 포퓰리즘의 영향”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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