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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병리검사기준|병·의원마다 들쭉날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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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의학분야에서도 「품질관리(QA)」의 강화가 시급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의료의 질을 높이고 과잉진료를 억제하기 위해 의료의 표준화작업을 적극 추진중이다.
특히 진료의 첫 관문이랄 수 있는 임상병리검사는 그 결과가 병·의원의 사설, 테크닉상의 문제로 들쭉날쭉 다를 경우 조기 치료하면 살아날 수 있는 환자조차 뒤늦게야 제대로 진단 받아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중요시되고 있다.
서울대의대 조한익 교수(임상병리과)는 『의학분야에서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품질관리를 「정도관리」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의학협회 차원에서 의료의 모든 분야를 커버하는 QA프로그램을 개발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국·서독 등 정부는 모든 병·의원들에 외부로부터 정도관리 점검을 정기적으로 받도록 의무화,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들 국가는 만약 의료기관이 정도관리를 소흘히 하거나 점검결과 검사성적이 불량할 경우엔 아예 보험청구를 못하게 해 검사기관 명단에서 제외시켜버린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한임상검사 정도관리협회」가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나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국 검사요양지정기관으로 돼있는 병원 4백여개 중 50%이상이 정도관리협회에 참여치 않고 있고 특히 의원급은 참여도가 약10%에 머무르고 있다.
이같은 저조한 참여도 이외에도 검사·판독방법 등이 의료기관·지역별로 각기 달라 표준화·중앙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제대 백병원 임상병리기사 정악승씨는 『일본의 경우 의사협회·병리기사협회가 혈청 등 검사에 필요한 검체를 각 의료기관에 동시에 보내 검사능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험결과 불량한 시험성적이 계속 나올 경우 협회가 나서서 원인을 규명, 시정하도록 한다고 정씨는 밝혔다.
우리나라도 정도관리협회에 가입돼 있는 의료기관(주로 종합·대학병원)을 대상으로 매년 수차례씩 검사의 정확도를 체크, 평균치를 바탕으로 변이계수지수를 산출하고 있다.
변이계수지수가 0점이면 정확도가 가장 높으며 4백점이면 매우 불량하다는 판정을 내리지만 원인을 찾아주려는 시도는 별로 없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검사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간기능·신장기능검사, 혈당·호르몬·단백질검사 등에서 엉뚱하게 오진될 우려가 있으며 특히 취급상의 어려움 때문에 정도관리에 포함돼있지 않은 임질의 경우 부정확한 판독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김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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