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총재 정말 구인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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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경원사건과 관련해 김대중총재에게 3차 출석요구서가 발부되고 앞으로 구인상이 발부될 가능성도 있다는 안기부 방침이 비쳐지면서 정가가 바싹 죄어지는 분위기다.
과연 김대중총재를 안기부가 구인까지 할 것인지….
새로 구성된 공안팀과 평민당사이의 미묘한 힘겨루기에 정가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새공안팀 시험대 민정서는 회의적>
○…김대중총재의 구인을 놓고 여권내에는 강온의 흐름이 있는 것 같다.
민정당이 구인이 줄 정치척 파문을 걱정하는 온건한 편에 서 있다면 안기부나 검찰 일각에는 『법대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김총재가 출석요구에 계속 불응하면 강제구인이라도 해야 한다는 쪽은 △서의원사건은 여느 사건과 다른 간첩사건이기 때문에 명분이 충분하고 △이번에 우물쭈물했다간 새 공안팀의 의지가 시험받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
안기부 고위관계자들은 21일 김총재와 문동환의원에 대한 3차 출두요구서를 발부하면서 『불응하면 법대로 하겠다』고 해 구인가능성을 상당히 강하게 풍겼다.
여권의 한 소식통은 『내부적으로는 참고인 진술을 받기 위해 구인까지 한다면 오히려 평민당을 탄압한다는 인상을 주고 김총재에게 동정이 쏠릴 가능성도 있는 줄 안다』고 시인하면서도『그러나 호남쪽에서는 엄청난 반발이 있을지 모르지만 비호남지역 등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여론도 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김총재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낼 때 그에 따른 여러 가지 가능성이 충분히 검토됐다』고 전해 구인이 단순히 엄포만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는데 여론의 동향이 구인장 발부 여부에 가장 큰 기준이 되고 있는 듯 하다.
공안당국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동해 재선거후보 매수사건 때 김영삼민주당총재에게 똑같은 참고인 출석요구가 나갔다가 흐지부지되고만 전례가 있어 유독 김대중총재만 강제구인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인데 한 소식통은 『후보매수사건과 간첩사건은 성격이 다르지 않느냐』고 주장.
이에 반해 민정당측은 공안당국의 강성방침에 내심 걱정하는 눈치들.
이종찬사무총장은 22일 『사법당국으로서는 피치 못할 사유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구인 등의 법적절차를 밟는 것은 정치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소극적 입장을 밝혔다.
김윤환총무도 『여권 일부에서 김총재의 구인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 역시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당이 멍들어간다 예상 밖 공세 긴장>
○…평민당은 김대중총재에 대한 3차 출두요구서가 날아들고 구인가능성까지 보도되고 있는데 대해 긴장,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안기부가 소환장만 계속 보낼 뿐 막후에서 조차일체 배경 설명등을 해 주지 않아 정부가 진짜 구인할 것인지 여부를 몰라 답답해하고 있다.
사실 평민당은 안기부의 김총재에 대한 소환장발부가 극히 형식적인 절차일 것으로 비교척 가볍게 판단했었다.
그래서 출두요구서도 두 번정도 오다가 흐지부지 될 줄 알았다.
평민당은 스스로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정부가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이유를 여러 모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평민당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봤던 박세직 안기부장이 나가고 강성의 서동권 부장이 취임한 것도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영등포을구 재선거와 연관지어 분석도 하고 있다.
재선거가 있는 날까지 계속 이 사건을 끌어 평민당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 정부가 김총재를 구인까지해 정국에 큰 파문을 일으키지 않으리라는 점을 평민당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평민당은 정부가 진짜 구인을 시도할 경우는 보다 큰 숨은 의도가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를 경계개편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즉 평민당을 의식적으로 어떤 상정된 정치의 틀 밖으로 몰아내려는 음모가 숨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평민당은 이를 강하게 되받아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총재는 출두요구서는 계속 불응하고 구인할 경우 구인을 당하되 일체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당일각에서는 계속되는 소환장발부로 평민당이 보이지 않게 멍들어간다는 판단아래 스스로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공천심사위원들이 김총재가 서의원 공천과 무관하다는 석명서를 발표하고 김총재를 대신해 조사에 응할 뜻을 피력했으며 평민당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
또 당권파 중심으로는 문동환전부총재가 스스로 출석해 당에 대한 오해를 씻어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총재의 직접 소환 대신 서면답변방식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고도원· 이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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