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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닥터’ 폐암 진단, 의사 6명 이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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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인공지능(AI)이 의사의 도움 없이도 정확하게 폐암을 예측·진단한 사례가 나왔다. 대니얼 츠 구글 헬스 리서치 연구원을 비롯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개발한 의료 영상 분석용 AI에 의해서다. 4만 개가 넘는 환자의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CT) 데이터를 딥러닝을 통해 학습, 환자의 상태를 분석하도록 한 기술이 주요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21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 에 발표됐다.

환자 CT영상 4만개 스스로 학습 #폐결절이 암으로 될지 판단해내

구글 AI가 딥러닝을 통해 환자의 CT 자료를 분석, 폐결절의 악성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사진 서울대병원]

구글 AI가 딥러닝을 통해 환자의 CT 자료를 분석, 폐결절의 악성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사진 서울대병원]

연구진은 먼저 “미국에서 폐암 사망자 수는 연간 16만여 명으로 암 관련 사망 원인 중 가장 흔하다”며 연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폐암으로 사망한 환자의 수는 2017년 기준 총 1만 7980명으로, 2위를 차지한 간암(1만 721명)을 압도했다.

연구진은 폐암을 발견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 환자의 흉부 CT 자료 총 4만 2290개를 AI에 학습시켜 폐 결절의 악성 여부를 예측하도록 훈련했다. 구진모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폐 결절이 악성화하면 원발성 폐암으로 발전하는 만큼, 폐암을 조기 진단하기 위해서 흉부 X선과 CT 촬영을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렇게 얻은 영상자료를 사람이 분석하는 데는 오류가 많았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병원 추진단장은 “CT촬영을 통해 폐를 보면 3차원 영상을 얻을 수 있어 폐암 진단에 많이 사용되지만, 초기 단계에서 이것이 악성 종양으로 발전할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양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AI를 이용하면 진단의 정확도가 높아져 반복적인 CT 촬영으로 발생하는 치료비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이 단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훈련된 AI와 총 6명의 방사선 전문의를 대상으로 환자의 폐 결절이 악성인지 아닌지 상태를 진단하도록 했다. AI와 의사 모두 환자의 이전 CT 영상을 본 적이 없었지만, AI는 6명의 의사보다 진단이 정확했다. 총 6716건의 검사를 진행한 결과 정확도가 94.4%에 달해 사람보다 5~11%포인트 높았다.

이언 단장은 “AI는 사람이 할 수 없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AI가 조언해주는 암 치료법을 실제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역시 지난 1월부터 ‘루닛 인사이트’라는 인공지능 기반 영상판독 보조시스템을 활용해 환자의 흉부 영상판독을 보조하고 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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