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총장 공관 "초호화" 비난에 매각 서둘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시가 20억원이 넘고있는 부산시 금정산 기슭의 부산대 총장 공관이 초호화시설이라는 비난여론 때문에 신축된 지 1년7개월 째 갖가지 말썽을 빚으면서 총장이 입주를 못한 채 방치되어오다 끝내 매각 처분키로 결정됐다.
물의를 일으킨 초호화판 부산대 총장 공관이 착공된 것은 전임 최재훈 총장의 재임 때인 85년2월.
당시 최 총장은 총장 공관이 대학캠퍼스 안에 있기 때문에 가족들의 사생활이 노출되고 학생들의 잦은 시위 등으로 불편이 커 일부 교수들의 동의를 얻어 캠퍼스 안의 공관은 교수식당으로 쓰고 대신 캠퍼스 밖에 공관을 신축키로 결정했다.
부산대는 곧 공관부지를 여러 곳으로 물색하다 학교와 4㎞거리인 자연경관이 빼어난 부산시 온천동 1056의 16 금정산 기슭의 1천13평을 공관부지로 사들여 착공했다.
새 공관착공소식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기성회비가 총장 공관 신축공사비로 쓰여지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 공관신축경위와 규모·건축비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연일 시위를 벌였다.
또 일부 젊은 교수들마저도 『지나치게 규모가 크고 호화시설로 된 공관을 신축하는 것은 학생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학생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착공부터 말썽이 일자 대학측은 공사를 제때 진척시키지 못한 채 학생들과 일부 교수들의 눈치를 보면서 3년씩이나 끌며 슬금슬금 공사를 벌여 88년 1월 중순에야 완공시켰다.
신축된 공관은 1천평이 넘는 넓은 정원이 푸른잔디로 깔려있고 연못과 야회연회장이 있으며 울타리 안쪽으로는 희귀한 자연석들로 꾸며졌다. 정문의 경비초소(관리실) 에서부터 본관건물까지의 50m되는 차도는 아스팔트로 깨끗하게 포장되었다.
연건평1백78평(지하실 제외)의 본관은 지하1층, 지상2층의 벽돌·기와건물로 침실·거실·서재·욕실·연회실 등이 골고루 갖춰져 있고 평당 건축비만도 2백65만원이나 들었기 때문에 고급건축자재로 내·외장 되어있어 한눈에 보아도 호화스럽다.
공사비도 엄청나다. 부지구입비 2억3천만원, 건축비 4억7천만원 등 총7억원이 들었다.
공관이 완공되었는데도 전임 최 총장은 학생들을 의식해 입주를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가 지난해 9월초 신축공관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퇴임하고 말았다.
최 총장의 뒤를 이어 서주실 현 총장이 취임했으나 학생들이 교내시위 때마다 「권위주의식 발상으로 신축된 공관」이라면서 총장의 공관입주를 반대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입주를 반대하는 이상 학생들의 의사를 따르는 것이 옳다는 서 총장의 지시에 따라 신축공관을 매각 처분케 됐다.
학생들은 『우리가 캠퍼스 밖의 총장 공관신축을 무조건 반대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어렵게 낸 기성회비로 엄청난 규모의 공관을 짓기 때문에 반대했던 것』이라며 『말썽이 되고 있는 공관이 팔리면 적당한 규모의 총장 공관이 마련되어 총장이 공관에 입주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호화스럽게 신축된 총장 공관. 텅빈채 원매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경비원 1명만이 쓸쓸히 지키고있다.

<부산=조광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