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루젤스키 대통령의 파 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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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야루젤스키」폴란드 국가 평의회 의장이 19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됨으로써 앞으로 6년간 폴란드의 정치 운명을 떠맡은 최고 권력자가 됐다.
「야루젤스키」는 상하원 5백 59명 정원 중 5백 37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과반수보다 1표 많은 2배 70표를 얻었다. 이는 그가 이미 확보한 것으로 돼있던 공산당 및 그 제휴 정당을 합한 3백표에서 30표나 모자란 숫자로 지금까지 공산당의 들러리에 불과 했던 제휴 정당들이 「독립된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유 노조는 일찍부터 반 「야루젤스키」입장을 표시했다. 그러나 현재 폴란드가 처한 정치현실에서 「야루젤스키」대통령을 대신할 대안이 없는 상태인지라 소속 의원의 자유의사에 맡기는 소극적 반대를 보였다.
사실 현재로선 「야루젤스키」외에 폴란드 정국을 끌고 나갈 인물은 없는 실정이다.
특히 「야루젤스키」는 폴란드 군부를 완전 장악하고 있으며, 소련의 「고르바초프」서기장으로부터도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잇다. 최근 폴란드 군부가 『군부는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여기며, 모든 개혁은 안보 범위 내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경고성 발언을 한 것도 『야루젤스키』에 대한 군부의 강력한 지지로 풀이된다.
신임 대통령은 프랑스식 대통령이 갖는 막강한 권력을 갖는다. 즉 ▲의회 해산권 ▲외교, 국방의 최고 책임자▲수상 지명 및 정부 구성, 그리고 ▲비상 사태 선언권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야루젤스키」신임 대통령은 이 같은 권력 행사를 즐기기엔 너무도 어려운 입장에 있다.
그가 우선 착수해야할 것은 야당측으로부터 지지 받는 신임이 두터운 인물을 수상으로 지명하는 한편 현재 폴란드가 처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범국가적 거국 내각을 구성하는 일이다.
여기서 고려될 것은 자유 노조측을 끌어들이는 안으로 공산당 대통령, 자유 노조 정부를 구성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될 경우 공산권내 최초의 비 공산 정부가 등장할 가능성도 잇다.
무엇보다 「야루젤스키」대통령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경제 난국이다. 현재 폴란드 경제가 안고 잇는 물가 부족과 인플레는 한시가 급한 사안들이다. 금년 상반기 현재로 볼 때 금년말까지 인플레는 1백 60%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물자, 특히 식량부족은 폭발 직전이다.
최근 폴란드에선 정부의 임금 동결 조치에 항의, 버스 운전사와 철도 기관사들이 파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4백억 달러에 가까운 외채상환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일, 생산자금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서방국가들로부터의 지원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야루젤스키」는 그 자신의 말대로 『군인으로서, 또 정치가로서 피할 수 없는 의무』로 대통령직에 임해야 할 것이며, 그 만큼 그가 앞으로 해쳐 나가야 할 길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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