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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정치 했다가 쌓아올린 거 다 망하겠다 싶었다"

중앙일보

입력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진흥재단(KPF) 초청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진흥재단(KPF) 초청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반기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몇번을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대권 도전 의사가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인 초청 미세먼지 간담회에서 정치권 재도전 의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반 위원장은 "내가 전에도 '연목구어'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나무에 올라가면 고기를 잡을 수 있겠느냐"며 "내가 정치에 몸담은 것처럼 돼 있는데, 지나고 보니 상당히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 위원장은 지난 3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수락한 뒤 정치복귀 가능성을 부인하며 '연목구어'라는 사자성어를 쓴 바 있다. 연목구어는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한다'는 뜻으로 자신이 위원장직을 맡은 것은 정치 복귀와 관련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 위원장은 "(정치를) 직접 해보려고 하니 내가 밖에서 피상적으로 보고 듣던 것과 완전히 다르다고 느꼈다"며 "잘못하면 그나마 이제까지 내가 쌓아온 인테그리티(진실성)나 여러 가지 다 망하고, 솔직히 유엔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자칫하면 국내 문제가 국제 문제까지 될 수도 있어 나 하나 그만두면 모든 게 편해지겠다 싶어서 결연한 마음으로 보좌관들과 상의 없이 결단을 내렸다"며 "정치 문제는 진짜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성도 '반'인데 지금은 '반공'(반 공무원)이 됐다"며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으로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내 마지막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44년생인 반 위원장은 "내 나이를 따져보면 여러분도 짐작하실 거다"라면서 "어떤 사람이든 다 때가 있다. 난 프라임 시간(전성기)은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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