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운동 전개하자 |나라가 흔들리면 모두가 붙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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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앞으로 어떻게 돼 가는 겁니까』『이 나라가 어떻게 돼 가는 거예요.』이런 말들이 요새 여성들 사이에서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여성은 본래 남성보다 사회성이 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정치보다 유행에 더 민감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보다 아무개는 어쩌구저쩌구 하는 개인적인 일에 훨씬 관심이 크다.
그러나 요즘은 그러고만 있을 수도 없게 됐다. 우리의 귀한 어린이들이 못된 일을 당하고 부녀자들이 대낮에 납치 당하기도 한다. 고교생이 학교에서 투신을 하는 등 도저히 상상할 수도, 있을 수도 없는 일들이 마구 일어나고 있다.
『이게 어떻게 돼 가는 일 이예요』『이 나라가 어쩌자는 겁니까·』
정말 모든 게 무너질 것만 같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지경이 됐는가.『대한민국이 끝장나고 거덜나는 거 아닙니까.』 우리는 깊은 우려 속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말문이 막힌다.
며칠 전 나는「경제정의 실천 시민 연합」이 발기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요즘 신문기사들이 모두 충격적이어서 이것은 또 무슨 기산가 하고 읽다가나는 점점 내용에 빨려들었다.『아, 이런 운동이 결국은 일어나는구나. 우리 나라가 그냥 좌초하지는 않을 모양이구나. 그러면 그렇지 이 나라에 사람이 없을 리가 있나….』 나는 반가웠다. 내가 못하는 일을 누군가 하고있구나.
나라가 어디로 갈지 모르게 흔들리고 있을 때 역시 우리들 속에서는 그것을 거머잡고 나아갈 힘이 태동하고 있었구나.
나는 물론「경제정의 실천 시민연합」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같은 운동에 기대를 하고싶다. 지금까지 우리의 기대와 희망을 저버린 단체가 그리도 많았다면 이제는 그야말로 보통 사람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국민운동이 전개돼야 하지 않을까.
이 나라가 우리의 것이기에 황폐하라고 내버려둘 수는 없다. 탐욕에 눈이 어두워 우리의 행복을 짓밟는 자들에게 맡겨둘 수는 없다. 사회성이 약한 여자들까지『이 나라, 이 나라-』하고 떨게 할 수는 없다. <박순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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