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아예 못 팔게 할수도" 中, 관세폭탄 맞서 3종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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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이 지난해 12월 4일 베이징 기자협회 세미나에서 미·중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경진 기자]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이 지난해 12월 4일 베이징 기자협회 세미나에서 미·중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경진 기자]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출품에 대한 관세 리스트 발표를 앞두고 중국이 반격 카드를 공개했다. 희토류·국채·시장 3대 카드다. 중국 학계의 대표적인 미국통인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12일 SNS 쯔관왕(資管網)에 “만일 무역 전쟁이 진짜 벌어지면 중국이 이길 수 있다”며 “이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지 못했고 트럼프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킹카드(王牌) 세 장을 공개했다.

“아이폰 중국 시장 철저히 없애버릴 수 있어” #환구시보 “최악 준비…태극철학으로 대응”

첫째 스몰킹 카드는 희토류다. 반도체 칩 제작에 필수 원료인 희토류의 중국산 세계 점유율은 95%에 이른다. 사실상 독점 상품으로 중국이 미국 수출을 금지한다면 미국은 자국산 채굴에 나서야 하지만 여기에는 적어도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당시 희토류 금속의 일본 수출을 금지하면서 희토류를 외교 분쟁의 무기로 사용한 선례가 있다.

둘째 스몰카드는 미국 국채다. 진찬룽 교수는 “중국은 2조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했다”며 “기회를 봐 (미국 국채에 트집을 잡으면) 큰일이 날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국채가 3개월간 팔리지 않아 중국이 역풍을 맞았지만 믿음을 보이며 미국이 살아남았다”며 “당시 중국이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며 미국은 비참해졌을 것”이라고 경고를 보탰다.

셋째 ‘빅 킹카드(大王牌)’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기업이다. 개혁개방 초기부터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이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은 3800억 달러로 미국의 대중 무역 흑자보다 많고 미국 내 중국 기업이 벌어들인 200억 달러와 차이가 크다. 진 교수는 “만일 중국이 시장 균등을 내세워 우리는 너희 나라에서 그렇게 많이 팔지 못하니 당신도 우리나라에서 많이 팔지 말라”고 할 수 있다는 협박이다. 일례로 애플 아이폰의 지난해 중국 시장 판매액은 460억 달러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였지만 중국은 애플의 시장을 철저하게 없애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 휴대폰을 미국에 팔려면 반드시 GPS를 장착해야 하는데 중국이 애플 휴대폰에 중국식 지리 인식정보인 베이더우(北斗)를 장착을 요구해 장착하지 않으면 판매 금지 조치하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이어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을 잃을 경우, 중국에서 손실을 보는 사람은 주로 중국 매판과 대리상에 불과할 뿐 보통 노동자는 아니다”라며 “이들 미국 기업의 주가가 내려가길 기다려 중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합병한 뒤 계속 생산하면 된다. 처리가 크게 어렵지 않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 세 장의 킹 카드는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라고 이미 중국이 시뮬레이션을 마쳤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진 교수 주장에 반론도 나온다. 미국 블룸버그는 “중국은 3조1000억 달러의 보유 외환을 투자할 적절한 대안이 없다”며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 경우 가격이 폭락하면서 미국이 보유한 부채를 평가 절하할 수 있다”며 역작용을 지적했다.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의 2000억 달러 관세 인상 이후부터 중국 입장을 대변해 온 환구시보도 13일 “최대한의 압박도 중국에는 소용이 없음을 시간이 증명할 것”이라는 사설을 싣고 미국의 관세 협박을 공격했다.
사설은 “중국의 대응은 태극 철학의 시범 모델”이라며 “원칙을 견지하고 주동적으로 싸우지 않지만, 전쟁을 두려워 않고 더 큰 인내력으로 상대방의 공격력을 와해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심리와 책략에서 더욱 ‘최악의 상황’을 향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이 롤러코스터식 겁주기 게임을 한다면 어지러워 쓰러지는 쪽은 그들 자신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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