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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7년 전 이인영에 "이런 사람들이 잘 돼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당 대표 경쟁자에서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로. 문재인 대통령과 지난 8일 당선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야기다. 박지원 현 민주통합당 의원과 함께 세 사람은 새정치민주연합의 2015년 2·8 전당대회 때 당 대표로 경선을 벌인 적이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012년 2월 8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이인영 의원의 축하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012년 2월 8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이인영 의원의 축하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이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쯤 문 대통령과 통화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어려운 시기에 책임을 맡아서 고생을 하게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어려운 시기에 대표를 맡아서 저도 좀 부담이 된다. 선배들에게 의견을 구하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1시간 쯤 뒤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문 대통령의 축하 난을 들고 이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이 원내대표는 “대통령님 마음이 오신것 같아 반갑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이 원내대표의 공적인 인연은 2012년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원내대표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 기획위원을 거쳐 공동선대위원장까지 지냈다. 당시 선거본부에 몸담았던 여권 핵심 인사는 “이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이런 사람들이 잘돼야 한다’며 영입을 지시한 인사 중 한사람”이라고 전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 원내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해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 박선숙 현 바른미래당 의원과 단일화 협상에 나서도록 했다.

 문 대통령이 이 원내대표를 눈여겨 본 것은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 정치인의 대표주자라는 상징성 때문으로 보인다.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인 이 원내대표는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 당시 ‘젊은 피’ 수혈 차원에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2004년 17대 총선 때 서울 구로갑에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지만 18대 총선에서 한차례 낙선했다. 하지만 대선이 있던 2012년 19대 총선에 재도전해 국회에 재입성한 뒤 20대 총선에서도 내리 당선됐다.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부인 인재근 한반도재단이사장이 22일 서울 도봉갑 지역구 민주통합당 전략공천자로 나섰다.인 이사장이 이인영 최고위원과 인사하고 있다.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부인 인재근 한반도재단이사장이 22일 서울 도봉갑 지역구 민주통합당 전략공천자로 나섰다.인 이사장이 이인영 최고위원과 인사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가 재야 민주화운동의 대부인 고 김근태(GT) 전 열린우리장 의장의 최측근 인사라는 점도 문 대통령에게는 호감이 가는 요소였던 것 같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은 김 전 의장 부인인 인재근 민주당 의원에게 사석에서 “형수님”이라고 부를 정도다. 문 대통령이 2012년 6월 대선 경선 출마 선언 후 마석 모란공원의 김근태 전 의장 묘역을 홀로 찾은 적도 있다. 인재근 의원에게 밖으로 알리지 말아달라는 당부와 함께 였다. 문 대통령은 막걸리 한 잔을 따르고 절을 한 뒤 “의장님, 저 큰 일 한 번 해볼랍니다. 도와주십시요”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 뒤 약 3개월이 지나 이 원내대표를 캠프로 영입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가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 때 정치권에 입문하도록 권유한 사람이 바로 김 전 의장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1988년 재야단체인 전국민주민족연합(전민련)에 들어가 김 전 의장을 만났다. 이 원내대표는 당내에서도 GT계가 주축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로 분류된다.

  문 대통령과 이 원내대표가 정책적으로 통하는 면도 있다. 2015년 2ㆍ8 전당대회 때였다. 이 원내대표는 당시 “누구나 최저임금 1만원을 받고 ‘꿈이 있는 저녁’을 노래하게 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들이 급격한 인상을 버틸 수 없다”고 반대하며 ‘7500원’을 제시했었다. 문 대통령은 2년 뒤 2017년 대선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해 3월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을 당시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 특위 민주당 간사로서 청와대와 소통했다. 당시 개헌안 논의에 참여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당 의견을 대통령이 상당히 신뢰했다”고 얘기했다.

 다만 문 대통령과 이 원내대표의 개인적 인연과는 별도로 이 원내대표가 민주당내 ‘비문계’의 지지를 바탕으로 원내대표에 당선된 만큼, 앞으로 당청관계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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