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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도체까지 관세폭탄 가능성…수출 더 큰불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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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 주최로 7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갈림길에 선 한국무역'을 주제로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선 마이너스 수출 쇼크의 원인과 대책을 진단했다. [사진 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7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갈림길에 선 한국무역'을 주제로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선 마이너스 수출 쇼크의 원인과 대책을 진단했다. [사진 무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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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4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2014년 10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하락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2% 수출쇼크' 무역협회-중앙일보 좌담회 #반도체 가격 상승땐 수출 반등 모멘텀 #발등 불 껐지만, 뒷산 큰불 어떻게 막을지 #물량 말고 고부가가치 수출 품목 늘려야 #정부, 새 경제 체계 맞춰 규제 정비해야

한국무역협회와 중앙일보는 마이너스 수출 쇼크의 원인과 해법을 진단하는 ‘갈림길에 선 한국무역 지상 좌담회’를 7일 공동으로 열었다. 한진현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이재민 서울대 교무부학장・김동석 주성엔지니어링 부사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회는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맡았다.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등 대외 변수에 대내적 문제가 결합한 것으로 평가한다. 어떻게 보나.

한진현=“두 가지로 나눠서 해석해야 한다. 단가와 물량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 수출이 감소한 건 단가가 떨어져서다. 반면 수출 물량은 과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가격이 반등하면 수출도 반등할 수 있는 모멘텀이 있다. 바이오와 디스플레이 등 8대 신산업에 대한 수출이 늘어난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전체 수출 중에서 8대 신산업 수출 비중은 2014년 8.3%에서 지난해 13%로 늘었다. 새로운 주력 수출품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지상=“지난 2년간 한국의 수출은 연평균 10.5%라는 높은 증가율을 보였는데, 이는 주로 반도체와 석유화학·석유제품의 수출 증가가 크게 기여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부진한 게 사실이다. 더불어 정부가 주력 산업으로 분류하는 자동차・선박・무선통신 등은 지난 2년 동안 부진했다. 자동차는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성장하지 못한 게 컸다.”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7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갈림길에 선 한국무역'을 주제로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선 마이너스 수출 쇼크의 원인과 대책을 진단했다. 왼쪽부터 이재민 서울대 교무부학장,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 김동석 주성엔지니어링 부사장,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사진 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7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갈림길에 선 한국무역'을 주제로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선 마이너스 수출 쇼크의 원인과 대책을 진단했다. 왼쪽부터 이재민 서울대 교무부학장,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 김동석 주성엔지니어링 부사장,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사진 무역협회]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도 수출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년간 정부 대응을 평가한다면.

이재민=“지난 2년간 정부가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본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미-중 무역 갈등이 타결이 임박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양국이 어느 수준에서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합의문이 발표되더라도 양국이 합의문을 어느 정도까지 이행할지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 중국 정부가 제조업 2025 플랜을 가동하고 있고 이에 따라 지적재산권 보호에 어느 수준까지 나설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단기적으로 미-중 무역 갈등 후폭풍이 상당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발등에 떨어진 불은 막았는데 뒷산에서 내려오는 큰불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방호선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큰 결정이 남았다. 정부와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국은 전 세계 GDP에서 2%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수출 시장 점유율은 3.2%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얘기다. 현장에서 보는 한국 수출의 모습은 어떤가.

김동석=“올해 1분기 반도체 분야 수출은 231억 달러로 지난해 대비 22% 감소했다. 우리 같은 반도체 장비 기업의 실적은 반도체 경기와 함께 간다. 반도체 장비업체 중에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줄어든 곳도 있다.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얘기다. 반도체 장비 시장에선 일본・미국・네덜란드에 밀리고 있다.”

중국은 6%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실업률은 반세기 만에 최저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 미·중·일 사이에서 한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자동차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폭탄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이재민=“이달 18일 미국에서 자동차 232조 결과가 나온다. 최대 25%의 관세를 매길 수 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통상 규제를 해야 한다는 건데 한국 포함 여부가 관건이다. 미국 관세 부과는 지난해 철강에 이어 올해는 자동차로 옮겨붙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국익에 부합한다면 판단하면 조선이나 반도체 등으로 관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는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수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한국 수출은 선진국에 밀리고 중국 등 신흥국과의 수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타개책은 없나.

한진현=“숫자 위주의 수출에서 벗어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단순제조 및 가공으로는 부가가치를 늘리기 힘들다. 디자인이나 설계에 집중하면서 부가가치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와 함께 수출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한다. 반도체・석유・자동차가 그동안 주력 수출품이었는데 현재는 2차 전지 수출이 늘고 있다. 여기에 바이오와 헬스 등 새로운 수출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신흥시장인 신 남방 개척에 성공하면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지상=“수출 잘하느냐 못하느냐보다 수출로 해서 부가가치가 더 많이 남기는 게 중요하다. 가치 사슬 중에서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연구개발이나 설계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7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갈림길에 선 한국무역'을 주제로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선 마이너스 수출 쇼크의 원인과 대책을 진단했다. [사진 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7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갈림길에 선 한국무역'을 주제로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선 마이너스 수출 쇼크의 원인과 대책을 진단했다. [사진 무역협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왔지만, 한국경제는 전통과 첨단 산업이 혼재된 상태다. 어디서부터 바꿔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 수출이 나아갈 방향은 뭔가.

이재민=“경제 체계는 새로운 단계로 가는데 규제와 법령은 예전 시스템으로 남아있어 갈등 구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적 리더십이 원활하면 사전에 조절이 되지만 지금은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상품과 서비스를 나눠서 규제했는데 우버같이 상품과 서비스가 결합한 것들이 새로운 형태가 등장하고 있어 문제다. 규제나 기존 법령을 새로운 경제 체계에 맞도록 바꿔야 한다.”

김동석="반도체 산업을 예로 들면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새로운 수출 품목을 만들 수 있다. 덩달아 수출도 늘어날 거다. 대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1위 국가인데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잘 나갈 때 협력업체를 육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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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현=“해외로 나간 기업을 한국으로 불러오는 리쇼어링(reshoring·자국회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독일 제조업이 살아난 건 리쇼어링 정책을 발 빠르게 시작한 덕분이다. 일본은 독일보다 관련 정책 시작이 늦었지만, 효과를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수도권 규제를 풀어 디자인이나 설계 등 고부가가치를 내는 기업이 수도권에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정리=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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