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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본 자기부상열차] 무료 시범운행만 3년째...관심보이는 지자체는 '0'

중앙일보

입력

인천공항과 용유역 사이를 오가는 자기부상열차. [중앙포토]

인천공항과 용유역 사이를 오가는 자기부상열차. [중앙포토]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 뒤편의 교통센터 2층. 이곳의 명물로 꼽히는 자기부상열차를 타기 위해 1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2016년 개통한 이후 아직까지 무료로 시범운행 중이다. 잠시 뒤 2량짜리 자기부상열차가 들어왔다. 자동 운전으로 다니는 열차라 승무원도, 조종석도 보이지 않았다.

 자기부상열차는 자석의 힘을 이용해 선로 위를 떠서 움직이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적은 게 특징이다. 교통센터에서 장기주차장, 합동청사 등을 거쳐 종점인 용유역까지 모두 6개 역6.1㎞ 구간을 매일 오가고 있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노선도.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노선도.

 업무용이라기보다는 인천공항과 인근 지역에 놀러 온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한다. 간혹 단체 관광객도 탑승한다고 한다. 분명 명물이기는 하지만 관련된 숫자들을 따져보면 속사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① 세계 2번째라지만   

 인천공항의 자기부상열차는 시속 110㎞ 내외로 시내 출퇴근 수요 등을 소화하기 위한 '도심형' 모델이다. 이런 유형으로는 일본 나고야에 이어서 세계에서 두 번째다.

세계 최초로 도심형 모델로 개발돼 운영 중인 일본 나고야의 자기부상열차. [중앙포토]

세계 최초로 도심형 모델로 개발돼 운영 중인 일본 나고야의 자기부상열차. [중앙포토]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역과 역 사이를 이동할 때 대개 시속 70㎞를 약간 넘는 속도로 달린다. 반면 중국 푸동공항에서 상하이 시내를 연결하는 자기부상열차(마그레브)는 시속 400㎞대의 초고속형이다. 상용화된 유일한 초고속형 자기부상열차다.

 중국은 한술 더 떠 최대 시속 600㎞의 차세대 자기부상열차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상용화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속열차로 기록될 전망이다.

시속 400㎞가 넘는 속도로 푸동공항과 상하이 시내를 잇는 중국의 자기부상열차.[중앙포토]

시속 400㎞가 넘는 속도로 푸동공항과 상하이 시내를 잇는 중국의 자기부상열차.[중앙포토]

 ② 4500억원이나 썼는데  

한국형 자기부상열차는 시속 70㎞ 안팎의 속도로 역 사이를 운행한다. [중앙포토]

한국형 자기부상열차는 시속 70㎞ 안팎의 속도로 역 사이를 운행한다. [중앙포토]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개발비와 건설비를 포함해서 모두 4500억원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정부가 3500여억원을 부담했고 인천공항이 790억원, 인천시가 190억원을 나눠냈다.

 운영은 인천공항공사가 맡아서 하고 있다. 공사 내부에서는 불만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공사의 고위 관계자는 "자기부상열차만 보면 답답하다. 애초에 이용객도 없는 곳에 만들어서 달리 활성화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③ 3조 3000억원 파급 효과?

 국내에서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이 확정된 건 지난 2006년이었다. 이듬해 8월 인천공항 인근이 시범노선으로 선정됐다. 대구 등 몇몇 다른 지자체가 시범노선 유치를 신청했지만 실패했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3년째 무료로 운영 중이어서 이렇다할 수입이 없다. [중앙포토]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3년째 무료로 운영 중이어서 이렇다할 수입이 없다. [중앙포토]

 시험차량은 2009년 말, 시범노선은 2012년 8월 완성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정부는 한국형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하면 국내외 경전철 시장 진출 등을 통해 3조 3000억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는 수입은 없고 운영비만 계속해서 지출되고 있을 뿐이다.

 ④ 도입 원하는 지자체 '0'

 수출은 고사하고 국내에서 한국형 자기부상열차를 건설하겠다는 지자체가 전무한 실정이다. 한때 대전이 도시철도 2호선에 자기부상열차 도입을 검토했다가 이를 철회했을 뿐 나머지 지자체는 거의 관심이 없다.

  다른 사업도 유사하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철도산업은 특히나 아무도 도입한 적 없는 열차나 설비는 가급적 사지 않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상용화(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가 안 된 상황에서 한국형 자기부상열차 수출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형 자기부상열차를 도입하려는 지자체가 한 곳도 없다. [중앙포토]

한국형 자기부상열차를 도입하려는 지자체가 한 곳도 없다. [중앙포토]

 전문가들은 애초 초고속이 아닌 중저속 도심형을 개발한다는 계획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경쟁력과 상용화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자기부상열차의 원천 기술을 일정 수준 확보한 만큼 새롭게 경쟁력을 갖춘 자기부상열차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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