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화홍보 〃공백 상태〃 |대 공산권 전초기지 「빈」문화원 신설계기로 본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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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공부가 내년에 오스트리아의 빈에 문화원을 신설키로 한 것(12일자 중앙일보 2면 보도·일부지방 13일)은 그 동안 공산권에 대한 한국문화홍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라 풀이된다.
빈 문화원은 앞으로 소련 및 동구공산권 국가들에 대한 우리 문화홍보의전초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
그 동안 정부의 한국문화홍보가 공백상태를 빚어온 것은 공산권국가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서방세계도 실정은 거의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 나라는 3개국에 4군데의 문화원을 설치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프랑스의 파리, 일본의 동경에 한국문화원이 각각 설치되어 있다.
이들 문화원은 모두 79, 80년에 설치된 것으로 이후 근10년 동안 한군데도 늘어나지 않았다.
미국이 세계 1백26개국에, 일본이 28개국에, 프랑스가 1백64개국에 각각 문화원을 두고 문화홍보에 주력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우리 나라의 해외문화홍보가 얼마나 빈약한 상태인가를 알 수 있다.
국가예산이나 국부에 물론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문화원의 운영상태를 가능해 볼 수 있는 예산을 비교해보면 빈약한 사정은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다.
미국의 연간 해외문화 홍보예산이 약7천2백억 원, 일본이 1천억 원, 프랑스가 5천6백억 원인 반면 우리 나라는 17억 원이 고작이다. 이 가운데 경상비를 뺀 순수사업비는 2억 7천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세계각국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이후 우리문화에 대한 국제적 수요가 급격히 늘고있다.
올 들어서만 세계 각국의60여 개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학관계강좌 신설을 위해 자료와 강사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으며 세계 20여 개국에서 전통문화소개자료 신청이 밀려들고 있다.
그러나 문공부는 예산부족과 일손이 달려 일일이 이들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있다.
정부는 현재 세계 29개국 32개 도시에 공보관을 두고 현지에서 한국문화홍보의 일익을 맡도록 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정치·언론관계사무에 좇기고 자료가 부족해 문화홍보분야에는 거의 손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공산권국가들과는 외교관계가 없어 공보관을 통한 간헐적인 문화홍보마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이후공산권과의 문화교류가 열리면서부터 적극적인 홍보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그들 문화에 대한정보부족으로 대책이나 방법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그 동안 우리 정부나 민간기관에서 우송하는 한국문화자료를 접수조차 하지 않았던 공산권국가들이 올 들어 부터는 오히려 많은 자료요청을 해오고 있다.
문공부는 우선 이들 공산권국가와의 문화교류창구로 문화원신설이 시급하다고 판단, 빈에 공산권전담 문화원을 설치키로 한 것이다.
문공부가 빈을 선택한 것은 빈이 중립국 오스트리아의 수도로서 동·서 유럽 문화교류의 중심지이며 각종 국제문화 행사가 자주 열리는 예술도시이기 때문이다. 또 공산권국가에 직접 문화원을 설치하기 전까지의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뜻도 담겨 있다.
문공부는 공산권 국가뿐 아니라 서방세계 각국에도 문화원 증설이 필요하다고 보고 앞으로 서독·브라질·호주 등지에도 연차적으로 문화원을 설치해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문공부의 이 같은 계획은 업무분장을 둘러싼 외무부와 총무처의 「견제」에 부닥쳐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으로 알러졌다.
문공부의 한 관계자는『앞으로의 세계 각국은 치열한 「문화홍보전쟁」을 벌일 전망이며 이 같은 시점에서 우리문화의 세계화, 해외홍보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고 강조하고 『우리 나라의 국제적·위상이 격상됨에 따라 해외문화원의 증설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라고 말했다.<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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