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 살해 사건' 경찰 늑장 대응 없었나…인권위, 직권조사키로

중앙일보

입력

국가인권위원회 본관.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본관. [연합뉴스]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여중생이 신고 18일 만에 살해당한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직권조사에 나선다.

인권위는 ‘의붓아버지 딸 살해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인 A양(13)의 성폭행 사건을 담당했던 전남 목포경찰서와 전남지방경찰청, 광주지방경찰청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2일 밝혔다. 이를 통해 경찰이 피해자 보호조치를 제대로 했는지, 수사 과정에서 소홀함은 없었는지 등 조사할 계획이다.

의붓아버지 딸 살해 사건은 지난달 27일 의붓아버지 김모(31)씨가 전남 무안군의 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차 안에서 의붓딸인 A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다. A양은 다음날 광주광역시 동구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31)씨가 1일 오후 광주 동구 한 저수지에서 범행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뉴스1]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31)씨가 1일 오후 광주 동구 한 저수지에서 범행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뉴스1]

김씨가 A양이 자신을 성범죄 가해자로 신고한 사실을 알고 보복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 두 번이나 경찰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렸다. 지난 9일 전남 목포경찰서를 찾아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고, 사흘 뒤인 12일 목포경찰서를 방문해서는 "김씨가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A양의 유족이 경찰의 늑장수사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고, 2차 피해 예방 등 경찰의 대응방식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경찰이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에 미흡했다고 볼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여성, 아동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일인 데다가 성폭력ㆍ가정폭력에 대한 문제라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고 봤다.

인권위는 “형사절차 과정에서 성범죄 피해자의 보호 및 지원시스템이 보다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한 측면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