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특이한 죽음"···알몸 소화기 난동 여성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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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지난달 27일 발생한 ‘알몸 여성 소화기 난동’ 사건. 한 여성이 상가건물에 들어가는 모습(왼쪽)과 알몸 상태로 소화기를 뿌리는 모습. [사진 SBS뉴스 캡처]

부산에서 지난달 27일 발생한 ‘알몸 여성 소화기 난동’ 사건. 한 여성이 상가건물에 들어가는 모습(왼쪽)과 알몸 상태로 소화기를 뿌리는 모습. [사진 SBS뉴스 캡처]

부산의 한 상가건물에서 알몸 상태로 소화기 난동을 벌인 20대 여성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사망 방식이 특이해 경찰이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하고 있다.

25세 여성 창원 한 공원에서 숨진 채로 발견 #자살로 추정…경찰 “의학적 지식이 있는 듯” #정확한 사망 원인, 알몸 난동 이유 수사 중

2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에 사는 A씨(25)는 지난달 27일 오전 5시 40분쯤 경남 창원의 한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이날 오전 0시 20분쯤 부산 부산진구의 한 상가건물에서 알몸으로 소화기를 집어 들고 난사했다.

이 건물 옥상에 옷과 신발을 벗어둔 A씨는 난동을 부린 후 그대로 상가를 빠져나갔다. 경찰은 이후 A씨가 버스정류장으로 두 정거장 떨어져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집에 들어온 A씨는 옷을 챙겨입고 택시를 타고 창원으로 간 것으로 추정된다. 창원에 있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서다. 이날 오전 2~3시쯤 창원에 있는 지인을 만난 A씨는 이날 오전 5시 40분 공원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흔적이 없어 A씨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른 새벽에 숨진 채로 발견됐고, 타살 흔적을 찾을 수 없다”며 “자살로 추정되는데 그 방식이 상당히 특이해서 A씨가 의학적 지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A씨가 자살을 했다면 자살한 동기가 무엇이며, 자살을 미리 계획했는지 등 모두 베일에 싸여 있다.

부산에서 지난달 27일 발생한 알몸 여성 소화기 난동 사건. [사진 KNN뉴스 방송 화면]

부산에서 지난달 27일 발생한 알몸 여성 소화기 난동 사건. [사진 KNN뉴스 방송 화면]

A씨가 창원으로 가기 전 부산에서 알몸으로 소화기 분사 난동을 부린 이유 역시 미스터리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부산의 상가 건물에 왜 들어갔는지, 옥상에서 왜 옷을 벗었는지, 소화기는 왜 분사했는지 모두 밝혀지지 않았다”며 “유가족 진술에 따르면 A씨가 정신질환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난동을 부리기 전 약물을 복용했는지 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나와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사건 당일 오전 0시 20분쯤 부산의 상가 건물에 무단으로 들어가 5층 옥상에 옷과 신발을 벗어두고 알몸으로 계단을 통해 건물 아래로 내려갔다. 폐쇄회로TV(CCTV)에는 A씨가 사건 발생 직전 1층에 있는 마트로 들어와 계단을 타고 건물로 무단 침입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후 A씨는 3층 벽면의 화재경보기를 부쉈다. 이어 비상계단에 있던 소화기를 집어 들어 마구 뿌려댔다. 1층 마트에도 소화기를 뿌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황급히 밖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한동안 난동을 부린 A씨는 알몸인 상태로 도시철도 역으로 들어갔다가 지하 통로를 지나 건너편 도시철도 역으로 빠져나와 그대로 달아났다. A씨가 이후 다시 옷을 입은 뒤 택시를 타고 경남 창원시로 이동했고 이날 숨진 채 발견됐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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