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충무로는 어떨까요. 예전처럼 힘들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는 40년 전과 비교도 안 되게 좋아졌습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넘쳐서 걱정"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올 정도니까요. "최근 2년간 영화산업에 흘러들어온 돈은 4500억원이 넘는다"(서영관 유콘텐츠 대표)는 계산도 있습니다.
충무로의 돈줄로는 무엇보다 주식시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너도 나도 주식을 사겠다고 달려들고 있습니다. 영화 배급 '빅3'의 하나인 쇼박스(법인명 미디어플렉스)의 경우 최근 코스닥 상장을 위해 452억원어치의 주식을 팔겠다고 하자 1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습니다. 같은 오리온그룹 계열사로 캐치온.OCN 등 케이블 TV의 영화채널을 갖고 있는 온미디어의 상장 공모주(624억원어치) 청약에도 1조4000억원이 집중됐습니다. 두 회사의 주식매각으로 오리온그룹은 단숨에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쇼박스.온미디어와 달리 상장심사도 제대로 받지 않고 '뒷문'으로 증시로 들어온 영화사는 훨씬 많습니다.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상장사를 사들인 뒤 영화사와 합병시킨 경우(우회상장)입니다. 이런 회사가 줄잡아 50여 개나 된다고 합니다. 게다가 창업투자회사들의 잇따른 영화투자조합 결성, 이동통신회사들의 영화산업 진출 등은 충무로에 때 아닌 '돈벼락'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돈이 넘치니까, 지나치게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영화 전체의 수준을 떨어뜨려, 한국 영화의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임호천 이정회계법인 대표)는 지적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우회상장 영화사들입니다. 합법적이긴 하지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증시에 들어가면서 온갖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일부 영화사는 아직 촬영이 끝나지도 않은 영화의 예상 관객 수를 300만이니 500만이니 하고 부풀리면서 투자자를 현혹하기도 했습니다.
임 대표는 "우회상장 영화사 중 상당수가 앞으로 2~3년 내에 매우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며 "그렇게 해서 증시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보면 영화산업에 대한 전체적 이미지도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당장 돈이 넘친다고 노래를 부를 게 아니라 2~3년 뒤를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주정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