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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게임 중독, 질병으로 볼 수 없다" 나선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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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참가자들이 전시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참가자들이 전시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중앙포토]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려는데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반대하고 나섰다.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달 29일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에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돼 있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WHO에 전달했다고 1일 밝혔다. 의견서에는 “청소년이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은 게임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양육 태도, 학업 스트레스, 교사와 또래 집단의 압력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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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정의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초중고 청소년 2000명을 표본으로 삼아 진행한 ‘게임이용자 패널 조사 1~5차년도 연구’에 근거한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중독의 주된 원인은 자기통제력 상실, 부모의 영향력, 학업 스트레스로 나타났다. 진흥원 관계자는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이들에 대한 진단과 증상에 대한 보고가 전 세계, 전 연령층에 걸친 것이 아니라 한국ㆍ중국 등 아시아 지역 특히 청소년이라는 특정 연령층에 집중돼 있다는 부분 등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보기 어렵다는 근거를 의견서에 충실히 담았다”고 설명했다.

 문체부와 진흥원이 '게임중독=질병' 규정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은 WHO가 이를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할 경우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WHO는 지난해 6월 게임중독을 국제질병 분류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달 중순까지 이의신청을 받으며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서 이 안이 확정된다. 개정이 확정되면 유예기간을 거쳐 각국 보건당국에 권고된다. 권고 사항이지만 국내에선 확정과 함께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 한국도 이를 곧장 수용하겠다”고 밝힌바 있어서다. 이에 업계와 학계는 “국내 게임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적극적인 반발에 나서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에 대한 2018년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에 대한 2018년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게임 질병 규정은 현대판 '분서 갱유' "

실제 한국게임학회 등 게임 유관단체 27곳은 최근 ‘(가칭)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 위원회’를 구성했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과거 영화에 대한 사상적 검열을 자행했던 시대, 애니메이션을 폭력물로 규정하고, 만화책을 쌓아 놓고 불질렀던 시대로 퇴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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