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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또 혼돈···마두로, 장갑차로 시위대 깔아뭉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혼란과 폭력의 날.”

과이도, 무장 군인과 마두로 퇴진요구 #“‘자유작전’, 국민과 군은 하나가 됐다” #정부군 장갑차 시민 향해 돌진·물대포 #“쿠바로 망명 시도 마두로, 러시아가 만류”

영국 일간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이같이 묘사했다. 후안 과이도(36) 국회의장이 수도 카라카스에서 군사 봉기를 일으키고 뒤이어 벌어진 반정부 시위에선 무장한 정부군이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퍼부었다. 시위 진압에 나선 정부군 장갑차가 시민 한명을 그대로 깔고 지나가는 장면이 영상에 포착되기도 했다.

마두로 퇴진 요구하는 과이도…“군인이 헌법 수호”

30일 군인들과 함께 군사봉기를 일으킨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AP=연합뉴스]

30일 군인들과 함께 군사봉기를 일으킨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AP=연합뉴스]

혼돈에 빠진 베네수엘라에 다시 기름을 부은 건 이날 오전 과이도가 니콜라스 마두로(57)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군사봉기를 일으키면서다. AP는 “과이도 의장이 군인들 70여명과 거리로 나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과이도가 군과 함께 마두로 정권 퇴진을 외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이도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약 3분짜리 영상에서 “‘자유 작전’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며 “군은 마두로를 지지하지 않는다. 거리로 나온 군인들이 베네수엘라의 헌법을 수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라카스에 위치한 카를로타 공군기지에서 촬영된 영상에서 과이도는 중무장한 군인들 사이에 서 있다. 뒤이어 과이도는“미래는 우리 것”, “국민과 군이 하나가 됐다”는 트윗도 올렸다.

앞서 과이도는 “1일 마두로 정권 퇴진을 위한 ‘최종단계’로 베네수엘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가두시위를 벌이겠다”고 말했지만 이보다 하루 앞서 전격 결행했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대. [AP=연합뉴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대. [AP=연합뉴스]

이날 카라카스 공군기지 인근에선 총성이 울리는 등 한때 긴장감이 높아졌다. 로이터는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공군기지 외곽에서 총성이 들리고 최루탄이 터졌다”며 “과이도와 함께 있던 군인들이 마두로를 지지하는 군인들과 총격전도 벌였다”고 전했다.

뒤이어 카라카스 시내에선 친정부·반정부 집회가 각각 열렸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 정부군은 반정부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정부군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정부군 장갑차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보건당국은 “이 집회로 군인 1명을 포함해 최소 69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군사봉기 배후는 미국? 과이도 주장 일축하는 마두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중앙포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중앙포토]

혼란이 가중된 상황에서 마두로는 과이도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마두로는 “군 지도부와 이야기한 결과 군부가 (나에게) 완전한 충성을 보였다”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 군사 봉기에 참여한 군인들을 ‘군 반역자’로 규정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공보부 장관은 “정부가 쿠데타를 조장하려는 군 반역자들과 대치 중”이라고 밝혔다.

호르헤 아레아사 외무장관은 과이도가 미국의 명령으로 작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군부의 (자발적인) 쿠데타 시도가 아니다”며 “워싱턴, 국방부, 국무부, 존 볼턴(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직접 계획했다. 그들이 쿠데타를 주도하고 과이도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과이도 의장 편에 선 군인을 약 30명으로 추산하며 “약 20만명의 군인 중에 30명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과이도에 대한 지지 입장을 거듭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과 그들의 자유를 지지한다.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트위터에 썼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마두로가 쿠바로 망명하려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겠지만 활주로에 비행기까지 대기해둔 상태였다. 우리가 이해하는 바로는 오늘 아침 떠날 준비가 돼 있었다”며 “(마두로는) 쿠바 아바나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었으나 러시아의 만류로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이같은 주장을 부인하며 "폼페이오 장관, 이건 정말 어이없는 소리다"라고 일축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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