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폭행 후 해외로 도피한 범인…살길 막막해 21년만에 자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합뉴스]

[연합뉴스]

1998년 당시 20대 여성을 감금하고 성폭행한 50대 남성이 범행 21년 만에 자수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28일 청주지법 형사11부(소병진 부장판사)는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57)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공범 B씨와 1998년 2월 17일 오전 1시 30분쯤 청주시 상당구에서 여성 C(당시 22세)씨를 납치한 뒤, 인적이 드문 시골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들은 C씨를 놔주지 않고 여관에 감금한 뒤 재차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C씨가 반항하지 못하도록 마구잡이로 폭행하기도 했다.

범행 후 경찰에 붙잡힌 B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해 징역 4년으로 감형됐다.

반면 A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베트남으로 도주했다. 그러나 A씨는 올해 초 돌연 베트남 호찌민 한국총영사관을 통해 수사기관에 연락해 자수했다.

베트남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A씨는 현지에서 금융거래할 수 없는 등 제약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현지에서 만난 사실혼 관계의 아내가 최근 암으로 숨지자 살길이 막막해 9살 아들과 귀국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은 현재 아동보호센터에 맡겨진 상태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A씨는 "B씨가 주범"이라고 주장하면서 "용기가 나지 않아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할 수도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범행의 위험성, 피해 정도, 범행 후 21년간 이어진 도피 행각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엄벌을 탄원하는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면서도 "뒤늦게지만 자수한 점과 공범 B씨에게 선고된 형량과의 형평성을 일부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A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한 검찰은 이에 반발하며 즉각 항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도망자 신세라 살길이 막막해 돌아온 것을 진정한 의미의 자수로 볼 수 없다"며 "공범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등 반성의 진정성도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잡힌 범인과 21년간 도망 다닌 범인을 똑같이 처벌하면 누가 도망가지 않겠느냐"며 "양형부당과 사실오인 등을 이유로 항소심 재판부에 다시 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A씨 역시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