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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소득주도성장과 콩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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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하현옥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하현옥 금융팀 차장

하현옥 금융팀 차장

오래 사귀다 결혼적령기에 이른 남녀가 있다. (이견은 있겠지만) 일반적인 해피엔딩은 결혼이다. 결정은 쉽지 않다. 지금의 상대가 최선일지, 더 나은 상대를 만날 기회를 놓치는지 고민된다. 연애에 들인 시간과 노력, 세상에 별사람 없다는 생각에 이별 대신 결혼을 결심한다.

경제 용어로 말하면 ‘매몰비용(sunk cost)’이 ‘기회비용’을 이긴 것이다. 기회비용은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기 위해 포기한 나머지 중 최선의 가치를 일컫는다. 매몰비용은 이미 투입하고 파묻힌 탓에 회수하기 어려운 비용이다. 이미 들어간 비용이 아까워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본전’ 생각에 비합리적 선택을 하는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콩코드의 오류’다. 잘못된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정당화해 밀고 나가는 행동이다. 콩코드(Concorde)는 영국과 프랑스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다. 경제성과 연비가 떨어졌지만 두 나라는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으며 지원을 이어갔다. 정부의 자존심이 구겨지고 실패를 인정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2000년 폭발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뒤 2003년에야 운항을 중단했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에 매달려 있는 문재인 정권도 ‘콩코드의 오류’에 빠진 것은 아닐까. 올해 ‘소주성’의 성과가 날 것이라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말이 무색하게 1분기 한국 경제는 역성장(-0.3%)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경제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방향을 틀 기미는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오히려 대외 여건을 탓하며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했다. 역경에 맞서는 것만이 용기는 아니다. 잘못과 실패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은 더 큰 용기다. ‘소주성’의 손절매가 필요할 때다.

하현옥 금융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