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가전업체라 하면 메이디(美的) 거리 전기(格力电器) 하이얼(海尔) 등을 떠올리겠지만, 그 범위를 ‘소형가전’으로 한정 지으면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하나 있다. 일명 곰돌이표 가전 ‘샤오슝 전기(小熊电器)’다.
‘요거트 제조기’로 처음 이름을 알린 샤오슝 전기는 독특한 제품 포지셔닝과 온-오프라인 결합 모델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최근 2-3년 사이 중국 소형 가전업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소형가전 각광 #2018년 티몰 거래액 2700억 원 달성
2018년 티몰(天猫 톈마오) 거래액이 15억 6900만 위안(약 2700억 원)에 달했으며, 그 가운데 신제품 84종의 매출만 2억 4000만 위안(약 406억 원)을 기록했다.
1인가구가 점점 더 늘어남에 따라 소형가전에 대한 수요 역시 동반 증가하고 있다. 샤오슝 전기는 주로 트렌디한 디자인과 제품을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샤오슝 전기의 탄생 이야기는 2006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립자 리이펑(李一峰)은 하얼빈 공업대학에서 전기과를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다. 졸업 후 한 가전회사에 들어가 기술직으로 일하던 그는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은 뒤 동종업계 다른 회사에 엔지니어로 이직한다. 말단 직원에서 회사 부총경리(부사장)까지 오른 리이펑. 그는 이 시기쯤 커리어를 위해 택한 MBA과정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당시 동기와 함께 토론을 하던 중 요거트 제조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번뜩인 것. (요거트 제조기는 샤오슝 전기를 세상에 알려준 효자 상품)
리이펑이 남달랐던 것은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는 데 있다.
시장 조사를 통해 중국 국내에 요거트 제조기를 생산/판매하는 업체가 극소수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곧바로 회사를 떠나 창업에 돌입한다.
앞서 말했듯, 요거트 제조기를 리이펑이 중국에서 처음 고안해낸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이미 일부업체가 중국에서 해당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지만, 시장에 널리 보급되지는 않은 상태. 요거트 제조기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리이펑은 한번 테스트해볼만 한 아이템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광저우에 자그마한 공장을 내고 첫번째 제품을 조립해냈을 때만해도 순식간에 완판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그 이후로는 디자인부터 출고까지 공급라인에 보다 완벽을 기했다.
때마침 행운의 여신이 찾아왔다. 당시 신제품 전자레인지 판촉을 준비중이던 가전업체 거란스(格兰仕)가 요거트 제조기와 묶음 판매를 기획한 것이다. 10만대의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 일은 회사의 인지도를 높이고 자금을 확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제품이 좀 알려지기 시작하자, 리이펑은 연구개발을 강화해 신제품 출시 주기를 앞당기는 데 주력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자상거래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가격 난립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중개판매업체를 절반 가까이 줄이고, 대신 독자적인 온라인 위탁 판매 모델을 만든다.
또 젊은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장이싱(张艺兴 레이)을 모델로 전면 내세웠고, 브랜드 인지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광군제(11월 11일 싱글데이) 샤오슝 전기는 하루 동안 92만 대를 판매했다.이 가운데 요거트 제조기, 가습기, 전기 밥솥, 거품기, 계란찜기, 전기도시락 등 샤오슝 전기의 주력 제품 7종은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소형가전업계 다크호스라 불릴만한 기록이다.
현 시점 기준, 샤오슝 전기 이용자수는 5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온라인 500여 개 사이트에서 샤오슝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2년 간 온라인 판매량이 회사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온라인의 비중이 높다.
물론 아직까지 메이디, 거리 같은 대기업에 비해서는 한없이 규모가 작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수가 누리던 개성 있는 소형 가전을 대중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요거트 제조기 단일 품목으로 시작해, 현재 30여 개 품목, 300여 종의 제품을 거느린 가전업체로 성장했다. 보유하고 있는 특허수만 300여 개에 달한다.
"향후 8년 내 100억 위안(약 1조 7000억 원) 매출을 달성하겠습니다"
지난해(2018년) 브랜드 전략 발표회에서 샤오슝 전기 리이펑 대표가 밝힌 포부다.
차이나랩 홍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