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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늦게 온 ‘지각대장’ 푸틴, 30분 더 기다리게 만든 김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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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지각 대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30분가량 기다리게 했다. 전날 도착한 김 위원장은 회담이 열린 극동연방대 S동에서 약 100m 떨어진 귀빈용 호텔에 묵고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오후 1시35분쯤(현지시간) 회담장에 도착했다. 당초 러시아 언론 등이 예상한 오후 1시보다 30여 분 늦게 도착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차량은 그로부터 30분가량 지난 뒤 호텔을 출발, 오후 2시5분쯤 회담장에 도착했다. ‘상습지각생’ 푸틴 대통령보다 김 위원장이 더 늦은 모양새가 됐다.

김, 회담 예정시간 60분 늦게 도착 #푸틴 “힘 합치면 산 옮겨” 건배사

푸틴 대통령은 S동에 미리 나와 레드카펫에 서서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악수로 김 위원장을 맞았다. 인민복 예복인 일명 ‘닫긴옷’ 차림의 김 위원장도 웃으며 손을 힘차게 잡고 “맞아주셔서 영광이다”고 답했다.

이어진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은 “전 세계 초점이 조선반도 문제에 집중돼 있는데 이 문제를 같이 평가하고 견해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조정, 연구해 나가는 데 대해 아주 의미 있는 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남북 대화 발전과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김 위원장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단독회담은 약 1시간 동안 이어졌고, 곧이어 확대회담이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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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회담 이후 만찬에서 두 정상은 나란히 라운드테이블에 앉았다. 푸틴 대통령은 건배사에서 북한 속담이라며 “힘을 합치면 산도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과 러시아는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맥으로 잇닿은 친선적 우방”이라고 화답했다.

양 정상이 자리한 헤드테이블엔 북한에선 이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 이영길 총참모장이, 러시아에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 유리 투르트네프 부총리가 자리했다.

두 정상은 만찬장에 입장하면서 선물을 주고받았는데, 서로에게 전통 검을 선물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전통 검을 선물하며 “절대적인 힘을 상징한다. 당신을 지지하는 나의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갑자기 보좌관에게 동전을 달라고 한 뒤 김 위원장에게 동전을 건네며 “우리 풍습에선 칼을 들 때 ‘내가 당신에게 악의를 품지 않았다’는 뜻으로 돈을 주게 돼 있다”고 말했고, 양 정상은 활짝 웃었다.

블라디보스토크=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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