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민주당 공수처 법안 제출…야당 피해 팩스로 낼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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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5일 오후 고위공직저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을 새로 발의한다. 국회 의안과에 법안을 접수한 직후 사법개혁특위를 열어 이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백혜련 의원 대표 발의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의 합의 내용을 법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상도, 김정재, 윤상직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5일 공수처법 접수를 저지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사무실을 점거중이다. [뉴스1]

곽상도, 김정재, 윤상직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5일 공수처법 접수를 저지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사무실을 점거중이다. [뉴스1]

과거에 송기헌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현재 논의 중인 공수처 법안을 수정하는 대신에 새 법안을 발의하는데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이렇게 하는 게 시간 단축 등 신속처리법안 지정에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국회 관계자는 “법안 발의는 인터넷 등으로는 접수가 안 된다. 반드시 10명 이상의 동료 의원 서명을 받은 후 의원실 직인까지 찍은 것을 직접 와서 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법 제79조(의안의 발의 또는 제출)에 따르면 의안을 발의하는 의원은 그 안을 갖추고 이유를 붙여 찬성자와 연서해 이를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공수처설치법 제정관련 당정청회의에 참석한 박상기 법무장관과 조국 민정수석이 시작전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공수처설치법 제정관련 당정청회의에 참석한 박상기 법무장관과 조국 민정수석이 시작전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자유한국당은 이 규정을 이용해 의안과 앞에서 법안 제출 시도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의안과를 물리력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의안과에 진을 치며 민주당 의원들의 접근을 막았다.

이에 대해 사개특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의안과에 법안 제출하는 것 자체를 야당이 막는다면 이건 의회 부정, 법치 부정이다.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봉쇄를 뚫고 의안과에 법안을 제출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팩스를 통한 법안 제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국회법이 법안을 무조건 직접 가서 제출하라는고 강제하는 건 아니다. 법안을 팩스로 내는 등 전자 접수도 가능하다는 게 우리 당의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공수처 설치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 [사진 리얼미터]

공수처 설치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 [사진 리얼미터]

오늘 백 의원이 대표로 낼 공수처 법안은 공수처에 기소권을 주지 않되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고위직 경찰 관련 사건에는 예외적으로 기소권을 주기로 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21일 여야 4당이 합의한 내용이다.

노무현 정부 첫해였던 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민정수석이 정국 현안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정부 첫해였던 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민정수석이 정국 현안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공수처 설치는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계속 추진한 핵심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회고록 『운명』에서 “민정수석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게 몇 가지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불발이 그렇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자서전 『운명이다』에 “공수처 설치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공수처 수사 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시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면 국회의원을 빼고서라도 제도 개혁을 했어야 옳았다”는 대목이 들어 있다.

개혁의 대상인 된 검찰은 정치권 상황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불만도 끓어오르는 중이다. 익명을 원한 한 검찰 간부는 “직업과 신분에 따라 수사와 기소 대상을 정하는 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법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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