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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고성·쇼크에 추행 논란…여의도 패스트트랙 막장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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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여성의원에 대한 '신체접촉'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임이자 한국당 의원의 볼을 만지는 모습. [뉴스1]

자유한국당이 여성의원에 대한 '신체접촉'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임이자 한국당 의원의 볼을 만지는 모습. [뉴스1]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거법ㆍ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논쟁이 24일 성추행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자유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임이자 의원을 강제추행했다”며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논란은 이날 오전 한국당 의원들이 의장실을 항의 방문하는 과정에서 제기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을 막아달라. 답변을 달라”며 의장실을 떠나려던 문 의장을 막아섰다. 양측의 대치 과정에서 문 의장이 임 의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게 한국당 측의 주장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행안위 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묵과하기 어려운 현장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임 의원이 사보임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하자 문 의장이 임 의원의 복부를 두 손으로 접촉했다. 임 의원이 ‘이러면 성희롱’이라고 강력항의하자, 문 의장이 ‘이렇게 하면 되겠냐’며 임 의원의 얼굴을 두 차례 감싸고 어루만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차 항의했는데도 문 의장이 임 의원을 양손으로 끌어안은 뒤 의장실을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또 “임 의원이 정당한 대책을 요구했는데도 강제 추행으로 모멸감을 줬다. 여성으로서 심각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관련 법률을 검토한 뒤 고발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당사자인 임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참담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이슈화된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 말했다.

한국당은 오후에도 의원총회를 열어 문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중립적 국회의장이 아니라 민주당 국회의장”이라며 “여성, 남성 의원을 떠나 한 마디로 능멸하고 모욕하는 일(행동)이다. 의장이 자리에서 물러남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동료의원 성추행한 문희상 의장은 즉각 사퇴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이후 한국당 여성 의원과 국회 여성가족위 소속 의원들은 의장실 앞에서 백장미를 들고 문 의장 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문 의장은 한국당 의원들과 언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충격을 받았다며 병원으로 향했다. ‘저혈당 쇼크’ 증세로 국회 의무실을 찾았는데 "병원에 가는 게 좋겠다"는 의무진 소견에 따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동했다는 게 국회의장실의 전언이다.

홍영표(더불어민주당)·김관영(바른미래당)·장병완(민주평화당)·윤소하(정의당) 등 패스트트랙을 추진중인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성모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문 의장을 위로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의장실 무단 난입으로 굉장한 충격을 받으신 듯하다"며 "혈압이 200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국회 대변인실은 "한국당 의원들이 문 의장을 에워싸고 당장 약속하라며 문 의장을 가로막아 사실상 감금사태가 빚어졌다"며 "국회 수장에 대한 심각한 결례이자 국회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완력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태로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한영익ㆍ임성빈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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