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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 멕시코, 이민자 500여명 체포...트럼프의 압박 때문

중앙일보

입력

멕시코 경찰과 이민청 단속 요원들이 폭력과 마약, 빈곤을 피해 미국으로 향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에 참여한 500여명을 체포했다고 AP통신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멕시코 경찰이 22일(현지시간)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중미 이민자 여성과 아이를 체포해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멕시코 경찰이 22일(현지시간)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중미 이민자 여성과 아이를 체포해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는 지난해부터 멕시코를 통과해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 캐러밴에 대한 최대 규모의 체포 작전이다.

 멕시코 이민청 요원이 22일(현지시간)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체포된 중미 이민자 여성이 짐을 챙길 수 있도록 아이를 안고 있다. [AP=연합뉴스]

멕시코 이민청 요원이 22일(현지시간)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체포된 중미 이민자 여성이 짐을 챙길 수 있도록 아이를 안고 있다. [AP=연합뉴스]

경찰과 단속 요원들은 이날 남부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을 지나던 3000명 규모의 캐러밴 후미 부분을 급습, 그늘에서 쉬고 있던 여성과 남성, 어린이들을 강제로 트럭과 승합차에 태웠다.

 멕시코 이민청 요원들이 22일(현지시간)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중미 이민자 남성을 체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멕시코 이민청 요원들이 22일(현지시간)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중미 이민자 남성을 체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멕시코 이민청 요원이 22일(현지시간)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유모차를 밀고 가는 중미 이민자를 체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멕시코 이민청 요원이 22일(현지시간)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유모차를 밀고 가는 중미 이민자를 체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체포 순간 엄마들과 아이들의 울음과 비명 터져 나왔고, 이들이 끌려가고 난 뒤 길 위에는 옷가지와 신발, 가방이 어지럽게 흩어져있었다. 체포된 이민자들은 추방 절차를 밟기 위해 이민자 보호소로 이송됐다.

한 이민자가 22일(현지사간) 멕시코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동료들이 떠난 뒤 양말을 신고 있다. [AP=연합뉴스]

한 이민자가 22일(현지사간) 멕시코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동료들이 떠난 뒤 양말을 신고 있다. [AP=연합뉴스]

온두라스 출신으로 단속을 피해 도망친 27세의 케빈 에스코바르는 “왜 나를 체포하려 드느냐”며 이민청 요원을 향해 소리를 치기도 했다.

온두라스 이민자 케빈 에스코바르가 22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단속을 피해 도망가며 이민청 요원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온두라스 이민자 케빈 에스코바르가 22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단속을 피해 도망가며 이민청 요원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에스코바르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간 사람들을 갱들이 납치하고 있다”면서 “고향인 산 페드로 술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단속이 끝난 뒤 이민자들은 대열을 이뤄 돌과 몽둥이를 들고 시위를 벌이며 “절대로 귀국하지 않겠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민자들이 22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이민청의 체포 작전이 끝난 뒤 대열을 이뤄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민자들이 22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이민청의 체포 작전이 끝난 뒤 대열을 이뤄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멕시코 인권위원회 관계자들도 멀리서 체포 과정을 지켜봤다.
인권위 직원인 헤수스 살바도르킨타나는 “우리는 당국에 무엇을 하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일어난 일을 기록하고 있으며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이민청 요원이 22일(현지시간)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중미 이민자를 체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멕시코 이민청 요원이 22일(현지시간)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중미 이민자를 체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처럼 체포 등을 통해 캐러밴의 북상을 막으려는 멕시코 정부의 방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과 관련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멕시코에 대해 캐러밴의 이동을 저지하라고 요구하며 무역 제재나 국경 폐쇄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교역의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는 멕시코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큰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미 이민자들이 22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이민청의 단속을 피해 도망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미 이민자들이 22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에서 이민청의 단속을 피해 도망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캐러밴은 멕시코 당국의 단속 공포와 함께 흉흉해진 멕시코 내 인심을 감수하며 힘든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 출신 캐러밴이 멕시코를 종단할 때 멕시코 지방정부나 인근 교회, 주민들이 음식이나 거처를 제공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캐러밴이 끊이지 않고 밀려들면서 현지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돼 도움의 손길이 뚝 끊겼다.
멕시코인들 사이에서는 수많은 캐러밴이 몰려들면서 국경 통과가 지연되고 치안이 불안해지자 점점 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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