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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쇠제비갈매기, 안동호 인공 모래섬에서 첫 번식

중앙일보

입력

안동호 인공 모래섬에 서식하는 쇠제비갈매기. [안동시 제공=연합뉴스]

안동호 인공 모래섬에 서식하는 쇠제비갈매기. [안동시 제공=연합뉴스]

멸종 위기종인 쇠제비갈매기가 국내 인공 모래섬에서 처음으로 번식에 성공했다.

23일 경북 안동시에 따르면 안동호 한가운데 만든 모래섬에 쇠제비갈매기 70여 마리가 번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둥지를 틀고 산란을 시작한 모습도 포착됐다. 또 빙어를 잡으려고 자맥질하는 모습과 잡은 먹이로 암컷 환심을 사려는 수컷 구애 장면도 관찰됐다.

시에 따르면 쇠제비갈매기는 7년 연속 안동호를 찾았다. 쇠제비갈매기가 내륙 안동호를 찾는 것은 먹이가 풍부한 데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 때문으로 보인다.

시는 2018년 봉화, 태백 등 안동댐 상류의 수위 상승으로 기존 모래섬이 물에 잠기자 쇠제비갈매기의 대체 서식지 역할을 할 인공섬 조성에 나섰다.

국내 첫 시도인 이 인공섬은 지난 3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지난 3일 완료됐다.

조류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공섬은 먼저 물에 뜨는 가로 50㎝ 세로 50cm 구조물을 연결하고 실제 모래섬 절반인 가로 50m, 세로 20m로 면적 1000㎡인 바지선을 만들었다.

이어 바지선 위에 배수가 잘되도록 부직포를 깔고 모래 120여t을 얹은 뒤 모래섬과 비슷한 지형으로 조성해 물속에 있는 옛 쇠제비섬까지 옮겨 12개 닻으로 고정했다.

새끼 보호를 위해 수리부엉이 등 천적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 수면에서 새끼들이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경사면도 만들었다.

쇠제비갈매기가 인공 모래섬에 과잉 반응할 것을 우려해 쇠제비갈매기와 똑같이 생긴 모형 12개도 설치했으며, 음향장치로 주기적으로 쇠제비갈매기 소리를 틀어 익숙한 환경을 조성했다.

쇠제비갈매기가 물고기를 낚아채고 있다. [중앙포토]

쇠제비갈매기가 물고기를 낚아채고 있다. [중앙포토]

한편 안동시는 인공 모래섬 주변을 쇠제비갈매기 번식 활동이 끝나는 7월 말까지 낚시금지 구역으로 지정해 지도·단속한다.

안동시 관계자는 "조류학계는 현재 낙동강 유역에서 안동호 모래섬이 쇠제비갈매기 유일한 집단 서식지라고 한다"며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주변을 생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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