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법인 설립 등으로 EC 시장 파고 들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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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에 EC (유럽 공동체) 대표부를 설치키로 합의한 제6차 한·EC 고위 협의회의 결정은 그 동안 우리만 브뤼셀에 대표부를 설치해 놓았던 일방성에서 벗어나 대등한 관계의 상호성을 확보하고 대 EC 수출에서 발생하는 각종 무역문제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섬유·철강 등 2개 산업분야에서의 자율 규제 협정을 제외하고는 현재 EC와 아무런 전반적인 통상협정이나 협력협정을 맺고있지 않은 실정이다.
또 한국은 지난 65년 EC와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는 했으나 벨기에 주재대사가 EC 대사를 겸임해오다 금년 봄에야 분리, 독립시켰다.
한편 한국의 대 EC 교역은 70년대이래 꾸준히 증가, 지난해에는 60억4천만 달러 어치를 수입하고 81억3천만 달러어치를 수출해 20억9천만 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교역 증가에도 불구, EC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지난 72년이래 자전거용 튜브에서 흑백 TV에 이르기까지 무려 11건에 대해 반덤필 제소를 당했다.
또 EC는 현재 한국산 신발류에 대한 긴급 수입 제한 조치의 확대 적용 여부를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일뿐만 아니라 컬러TV·VTR등 9개 품목에 대해서도 덤핑 여부를 가리기 위해 조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기업간의 무리한 가격 경쟁 및 현지 시장의 정보 부족에서 빚어지는 것으로 1천5백여 개의 현지 법인을 설치, EC의 무역장벽을 넘고 있는 일본과는 대조를 이룬다.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에 맞 부닥친 우리 업계에 EC가 황금시장인 것만은 사실이다.
EC는 국민총생산 (GNP)이 총 4조2천6백억 달러에 달해 미국 다음 가는 최대의 시장이다.
그러나 EC는 오는 92년을 목표로 역내 무역 장벽은 헐고 역외 장벽은 높이는 「하나의 유럽경제」를 위해 최근 유럽 단일 통화체제에 합의하는 등 서서히 그 모습을 갖추어나가고 있다.
서울에 설치될 EC 대표부도 1차적으로 유럽제품의 대한 수출 증대를 위해 한국시장 개방확대와 통상 장벽 제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며 이번에 열린 한·EC 고위협의회에서도 시장 개방 확대와 원화 추가 절상을 통한 한국의 무역 수지 흑자 축소를 요구해 왔다.
이 같은 추세에서 한국은 EC 대표부 서울 설치를 계기로 직수출 규제에 대비한 3국 무역, 현지 법인의 설립 등 보다 적극적인 통상문제 해결에 나서야 통합을 앞둔 EC 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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