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열도 지진 공포에 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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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 AFP=연합】지난 주말 동경근교 이즈 (이두) 반도를 강타한 지진으로 21명이 부상한데 이어 동경을 비롯한 일본 전역에 지진에 대한 공포감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일본 신문들은 10일 붕괴된 벽과 뒤집힌 차량 등 9일 두 차례의 지진이 엄습한 이즈반도의 해변 휴양지 이동의 지진 피해 상황을 담은 사진을 1면에 일제히 게재했는데 지진 전문가들은 지난 2O년대와 같은 대규모 지진이 다시 동경을 강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않고 있다.
리히터 지진계로 진도5·5를 기록한 이번 지진은 80여km 떨어진 동경에서도 감지됐는데 동경지역은 다행히 피해가 없었으나 시민들 사이에 지난 20년대 동경을 폐허화시켰던 대지진의 악몽을 되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1923년 발생한 이른바 관동대지진은 14만명의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등 동경을 초토화시켰는데 사상자는 대부분 지진에 뒤이은 화재로 인해 발생했다.
이즈반도에서는 지난 10일 동안 모두 2만8백12회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이중 4백55회는 감지될 수 있는 정도였는데 지난 80년6월에도 일련의 미진에 이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바 있다.
지진 전문가들은 대규모 지진의 엄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일반을 놀라게 할 지진엄습 공개경고에는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일본국민들, 특히 동경 시민들은 지진에 익숙해 있어 이번 지진사태에 조용히 대처하고 있으나 지진발생지 이동 온천에서 휴가를 보내려던 약 2만명의 일본인들이 휴가를 서둘러 취소하는 등 일반의 팽배한 공포감을 반영하고 있다.
동경 시내 백화점의 경우 지진에 대비한 응급 구명 키트가 불티나게 팔리는 소동을 빚었으며 평상시 한 달에 10개정도 팔리던 것이 지진이 발생한 수 시간만에 42개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구명 키트에는 물병과 식량, 기초 응급 약품, 양초와 전지, 모포 등이 들어있으며 일부 최신형에는 헬밋과 내화 코트 등이 포함된 것도 있다.
동경주민들은 자연 재해에 익숙해있으며 정기적으로 이웃구조 훈련 등을 받고있는데 특히 동경에 도착하는 생소한 외국인들에게는 자연재해 발생에 대처하기 위한 10개항의 지킴이 마련돼있다.
동경당국은 이 지침을 통해 가스를 끌 것, 문 밖으로 나가지 말고 대신 단단한 탁자 밑에 피신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이웃과 협력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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