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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적 절가 형식이 작곡의 기초|「주체적 문예방침」에 비친 북한 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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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한의 음악은「조선음악가 동맹」에 소속된 음악인의 주도로 창작되고 있다. 음악작품의 창작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원칙아래「형식은 민족적인 것으로, 내용은 사회주의적인 것으로」전개된다.
이른바「주체적 문예방침」아래 북한에서는 민족음악을 외주로 하면서 양악도 동시에 발전시키는 방침, 민족적 선율을 바탕으로 해 현대적 미감에 맞는 선율을 창조하는 방침, 기악음악보다 노래를, 노래창작에서는 가사를 중시하는 경향 등을 보인다. 북한에선「들을수록 좋고 인상깊은」음악과 노래를 명곡으로 친다.
북한의 음악장르는 절가 형식의 노래를 기본형상수단으로 하는『피바다』식 가곡음악·기악·영화음악·무용음악 등 다양하다. 새로운 시·가·무의 통합인 무대종합예술형식, 이를테면「음악무용 이야기」(대표작『락원의 노래』), 음악과 무용을 기본으로 하고 전통적인 설화시와 영화화면, 흐름식 입체무대미술을 배합한「음악무용 서사시」(대표작『영광의 노래』)가 있다.
또 다양한 관현악과 독창·합창을 혼합한 새로운 양식이 발전하고있다. 대표작으로는 『동지애의 노래』등이 있다. 이 모든 음악양식이 인민적 절가에 기초해 참작되고 있다.
김정일의『영화예술론』에서 적극 제기된 절가는「가사가 여러 개의 절로 되어있고 절마다 같은 선율을 되풀이하여 곡을 단 노래」를 의미한다(『현대조선말사전』).
북한에선 가요를 비롯한 성악곡은 말할 것도 없고 독주·중주·합주, 그리고 관현악 작품들, 가극의 노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악의 창작이 절가형식에 기초하고 있다. 절가형식이 인민 적인 표현양식이고 대중성·통속성이 구현되는 것이라고 한다. 한편 북한에서만 존재하는 현대연극 양식인『피바다』식 혁명가극은「방창의 도입으로 등장인물들의 노래를 화합하고 무대의 제한성을 극복」한 형식으로 설명된다.
여기서 방창은「가극을 비롯한 무대예술에서 주인공의 정신세계나 극적 정황, 극 진행을 무대 밖에서 설명하고 보충하는 절가형식의 노래」다 (『현대조선말사전』).
북한의 5대 혁명가극에는『피바다』『밀림아 이야기하라』『꽃파는 처녀』『당의 참될 딸』『금강산의 노래』등이 포함된다.
북한 관현악의 특징은 전통민족악기와 서양악기를 일정비율로 배합하는 이른바「주체적 새 관현악 편성법」이다.
일례로『피바다』『꽃파는 처녀』공연시 현악기 군에서는 해금류와 바이얼린류를 1대1로, 목관 악기군에서는 8종류의 개량목관악기와 플루트·클라리넷을 9대2로 편성하고 양금·가야금·트롬본·현악기군의 저음악기 등을 배합한다.
60년대 중반 이래의 민족악기 개량사업도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다. 북한에서는 5음계의 민족악기 연주 제한성을 극복하기 위해 서양음악과 같은 12율 반음 체계로 악기개량을 추진해놨던 것이다.
그 예로는 새납(대평소)을 개량해 복잡한 조바꿈의 연주를 가능케 하는「강새납」, 민요풍 기악곡 연주가 가능토록 취구·누르개 등을 개량, 12음 체계 악기로 만든「대피리」, 종래 명주실 2현에서 금속줄 4현으로 바꾸고 2개줄 사이에 활을 끼워 사용하던 종래의 방식에서 위에서 문지르는 바이얼린식 주법을 도입한「해금」, 그리고 19현으로 변한 가야금 등을 들 수 있다.
북한에서 연주되는 전통음악장르는 주로 민요이던 그밖에 가야금병창·농아 등이 포함되는데 반해 아악·판소리·산조·불교음악·잡가 등은 연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궁중음악양식 등이 착취자의 음악우도 취급되어 발전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64년에 김일성이「혁명적 문학예술을 창작할데 대하여」라는 담화에서 민족음악에서 는 주로 민요를 발전시키는 것이 좋다』면서 판소리가 양반들이 술 마시면서 부르던 노래여서 사회주의 건설기 청년들의 감정에 맞지 않으며 탁성을 쓰는 판소리 발성법보다는「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곱게」소리내는 발성법이 좋다고 지적함에 따라 민족음악이 크게 강조되면서도 전통음악의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편 북한의 가요는 김일성·김정일과 당을 추앙하는 송가를 비롯하여 당 정책가요·노동가요·대중가요·행진가요·서정가요·아동가요 등 7종류가 있다. 노동가요의 경우 민요풍의 노래가 많으며 일반적으로 4·4조나 7·5조의 음률보다는「동적인 정서를 표현하는데」 적당하다는 3·3조의 음률이 선호되고 있으며, 민요풍의 가요창작뿐 아니라 전래의「노동민요」도 발굴, 보급하고 있다.
북한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애용되는 악기는 손풍금과 기타이며, 농장·직장별「예술소조」가 조직되어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항일무장 투쟁시기부터 81년말까지의 북한음악을 집대성한『조선음악전집』(6권·3천1백여곡 수록, 연도별·주제별 편집) 과 전 15권으로 편집 출판예정인 주체음악 총서 시리즈(제1권『주체적 음악예술 건설방침』87년 간)는 주목되는 저작들이다. <유영구 동서문제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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