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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묻지마 살인]사망·부상자 대부분 가족… 함께 피하다가 참변

중앙일보

입력

17일 오전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는 대부분 가족이었다. 아파트에 불이 나자 가족이 함께 피하는 과정에서 변을 당했다.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42)씨가 17일 오후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42)씨가 17일 오후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진주시와 진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35분쯤 안모(42)씨가 자신이 사는 진주시 가좌동의 주공아파트 4층에서 불을 질렀다. 불이 나자 아파트에 살던 주민들이 지상 1층과 옥상 등으로 피했다.

화재 사실 알고 가족 손잡고 1층·옥상으로 대피 #피해자 중에는 범인 같은층 사는 이웃들도 많아

이 과정에서 안씨가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5명은 중태다. 8명은 연기흡입 등으로 부상을 입었다.

한밤중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하자 잠을 자던 주민들은 옷도 제대로 챙겨입지 못하고 밖으로 대피했다. 저층인 3~4층 주민들은 대피가 쉬운 1층으로, 5층 이상에 사는 주민들은 연기를 피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묻지마 살인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묻지마 살인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대피는 주로 가족 단위로 이뤄졌다. 10대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도 자녀의 손을 이끌고 급하게 밖으로 나왔다. 70대 노부부는 계단을 이용해 밖으로 나오다가 화를 당했다. 화재를 목격한 주민들은 “처음엔 대부분 단순한 불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가 휘두른 흉기로 피해를 본 사망자와 부상자 대부분은 가족이었다. 공식 집계된 사망자와 중상자는 10명이다. 모두 4가족이었다. 또 다른 일가족 4명도 연기흡입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이번 사건 피해자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린 K양(11)과 김모(64·여)씨, C씨(41·여), Y씨(21·여)는 피의자 김씨와 같은 층에 살던 가족이다. 김씨는 K양의 할머니, C씨는 K양의 어머니다. C씨 역시 생명이 위중한 상태다.

이희석 진주경찰서장이 17일 오후 진주경찰에서 아파트 방화·살해 사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희석 진주경찰서장이 17일 오후 진주경찰에서 아파트 방화·살해 사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숨진 D씨(56)와 중상을 입은 E씨(31)는 모녀 사이다. 5층에 살던 D씨 모녀는 불이 나자 함께 1층으로 피하는 과정에서 안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렸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아파트 1층 입구에서 피해를 보았다.

부상을 당한 F씨(53·여)와 숨진 G양(18)은 숙모와 조카 관계로 안씨의 바로 위층인 506호에 살았다. 안씨는 유독 위층에 살던 F씨 가족에게 여러차례 해코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층 복도에서 숨진 채 발견된 H씨(74)와 부상을 입은 채로 아파트 주차장에서 구조된 김모(72·여)씨는 부부로 알려졌다. H씨 부부는 이번 사건의 피의자 안모씨와 같은 4층에 살던 이웃이다.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묻지마 살인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묻지마 살인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8층에 살던 김모(49)씨 일가족 4명은 옥상으로 대피해 다행히 화를 면했다. 이들 가족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은 뒤 오후에 퇴원했다.

진주 한일병원 관계자는 “새벽에 다급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 의료진이 모두 출동했다”며 “응급처치를 받고 퇴원했던 일부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면서 다시 입원했다”고 말했다.

진주=신진호·남궁민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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