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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고등훈련기 T-50 미 공군에 판매 길 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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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최근 마이클 와인 미 공군장관(the Secretary of the Air Force)에게 공군의 차세대 훈련기로 한국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첨단 훈련기의 대미(對美) 역수출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상원은 지난달 22일 '2007년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첨부한 본회의 부수 보고서에서 공군장관에게 기존의 T-38 훈련기를 대체할 차세대 훈련기로 해군 통합훈련기 T-45기를 개조해 사용하는 방안, 한국산 T-50기를 구매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2007년 3월 15일까지 상.하 양원 국방 관련 위원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T-50기의 대미 수출이 이뤄지면 한국의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한국 방위산업 역사에도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미 공군은 그동안 첨단 전투기 구매에 예산을 집중 배정해 왔기 때문에 T-38기를 대체하는 것보다 그냥 개조해 사용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그러나 상원 군사위는 지난해 공군의 의뢰로 작성된 랜드 연구소 보고서 등을 근거로 공군의 T-38기 유지 계획에 의문을 나타내며 T-45기 사용 방안과 한국산 T-50기 구매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군사위는 보고서에서 "T-38을 개량해 2040년까지 계속 사용할 경우 상당수의 조종사가 (수명이) 거의 80년이나 되는 훈련기로 훈련을 받는 셈"이라는 랜드 연구소의 문제 제기를 인용하며 "해군의 T-45나 한국의 T-50도 T-38처럼 탁월한 성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공군에 "앞으로 (T-50 또는 T-45) 구매가격, 운용비용, (첨단 전투기 조종을 위한) 완전한 훈련성과 달성 여부(availability of a complete training system), (신기종) 개발비용 등을 비교 검토해 보라"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현 시점에서 T-38을 유지하는 게 비용 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이라고 판단되더라도 즉시 획득할 수 있는 대체 기종이 있는 데다, 앞으로 예측 가능한 기간엔 통합형 후속 훈련기 개발을 위한 예산이 배정되지 않을 것인 만큼 과연 T-38을 유지하는 게 나은지 설명하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공군이 T-38을 유지할 경우 그 기종 운용비로 앞으로 수년간 15억 달러가 드는 반면 T-38 대체기와 훈련시스템을 개발하는 데는 2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군사위의 T-50 도입 검토 요구에 대해 주한 미국 대사관 관계자는 "훈련기로서의 성능은 T-50만큼 좋은 게 없다"며 "이를 미국에 팔기 위해 김성일 공군 참모총장이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해 미 공군 주요 인사들을 만나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미 공군은 현재 고성능 전투기를 구매 중이어서 훈련기에 예산을 쓸 여유가 없는 것 같다"며 "미국은 T-50의 성능을 평가하나 가격은 비싸다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 양산체제에 들어간 T-50의 대당 가격은 1800만~2000만 달러 정도다. KAI는 미국 외에 아랍에미리트(UAE).터키.그리스 등에도 T-50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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