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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5선 성공할까…트럼프가 불 지른 ‘골란 고원’이 승부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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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시리아 사이에 위치한 골란 고원의 모습. [A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시리아 사이에 위치한 골란 고원의 모습.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5선이냐 새로운 중도파 총리의 탄생이냐-.

이스라엘 9일 총선 좌우할 ‘안보 카드’ #군사적 요충지에 식수 공급 기지 역할 #네타냐후, 지지층 결집 노려 "우리 땅" #재선 앞둔 트럼프도 유대인에 러브콜

막판까지 안갯 속이던 이스라엘 총선이 9일 오전 7시(현지시간) 투표에 돌입했다. 13년간 총리직을 수행한 네타냐후가 이번에도 수성에 성공한다면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가 된다.

선거 초반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리쿠드당이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베니 간츠 전 육군 참모총장이 주도하는 중도진보연합 카홀라반의 막판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초박빙 판세에 변수를 만든 이가 네타냐후의 든든한 지원군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완전히 인정할 때가 됐다"고 느닷없이 선언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 고원(Golan Heights)을 국제법과 무관하게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25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영토 주권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네타냐후는 귀국 비행기 안에서 “(중동전쟁 당시) 방어전에서 점령했다면 우리 것”이라며 이번 방미 성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래픽] 트럼프, 골란고원 '이스라엘 주권' 인정...국제사회 비판   (서울=연합뉴스) 장성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시리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공식 인정하자 국제사회는 이 같은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비판을 쏟아냈다.   sunggu@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그래픽] 트럼프, 골란고원 '이스라엘 주권' 인정...국제사회 비판 (서울=연합뉴스) 장성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시리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공식 인정하자 국제사회는 이 같은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비판을 쏟아냈다. sunggu@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골란 고원은 이스라엘과 시리아 국경지대에 위치한 서울 3배 면적(1800㎢)의 고원 지대다.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국경에 위치해 양국 모두에 군사적 요충지다. 본래 시리아의 영토였으나 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에 무력 병합됐다. 해발 2000m에 있어 이스라엘 일대를 조망할 수 있으며 이스라엘 식수의 30%가 이 지역에서 나온다.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와 거리도 60km에 불과하다. 시리아가 1973년 4차 중동전쟁을 일으키면서까지 이 지역을 탈환하려고 했던 이유다.

4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은 골란 고원을 가까스로 사수했다. 이후 이스라엘과 시리아 양국은 골란고원 일부를 비무장지대로 하고 이곳에 유엔군을 주둔케 하기로 약속했다. 땜질 봉합된 갈등은 이후 중동 정치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000년 에후드 바락 이스라엘 총리는 빌 클린턴 미 대통령 중재 하에 이 지역을 시리아에 반환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골란고원 내 주요 식수 공급원인 갈릴리호수에 대한 관리권을 두고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협상이 결렬되고 말았다.

2008년에도 시리아와 이스라엘 간 협상이 있었지만 당시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부패 의혹으로 사임하면서 협상이 중단된 바 있다.

지난달 2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우)와 회담을 가진 뒤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한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달 2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우)와 회담을 가진 뒤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한 모습. [EPA=연합뉴스]

잠잠하던 골란고원을 선거 직전 이슈화한 것은 분쟁지역에 대한 민심을 이용해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네타냐후 총리의 '한방'으로 분석됐다. 네타냐후는 선거 막판 또 다른 ‘안보 카드’도 꺼냈다.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을 병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서안지구는 골란고원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이 강제 점령한 분쟁 지역이다.

물론 미국과 이스라엘의 주장이 국제법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골란 고원을 이스라엘 것으로 인정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은 내년 재선을 위한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공화당 내 보수파 유대인을 포섭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이전하는 등의 기습조치로 중동 정세를 불안으로 몰고 갔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발언 이후 유엔을 비롯한 유럽연합(EU)과 독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성명을 잇달아 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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