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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허브' 홍콩, 세계 컬렉터 불러모은 그 힘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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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바젤 홍콩 'Encounters'섹션에서 선보인 이불 작가의 '약해지려는 의지(Willing To Be Vulnerable, 2019). 리만 머핀, PKM,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가 함께 선보였다. [사진 Art Basel Hong Kong]

아트바젤 홍콩 'Encounters'섹션에서 선보인 이불 작가의 '약해지려는 의지(Willing To Be Vulnerable, 2019). 리만 머핀, PKM,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가 함께 선보였다. [사진 Art Basel Hong Kong]

아시아의 대표적인 아트 도시는? 이젠 주저하지 않고 '홍콩'이라 답해야 할 듯하다.

올해 7회째 아트바젤 홍콩

인구 730여 만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홍콩은 해마다 3월 말이면 전 세계 갤러리스트와 컬렉터, 미술기관 관계자들을 끌어들인다. 2013년 출발해 올해 7회째를 맞이한 아트바젤 홍콩의 힘이다. 아트바젤 기간에 아트바젤 행사가 열리는 완차이 컨벤션센터로만 관람객들이 몰려드는 게 아니다. 전세계에서 온 정상급 갤러리 8개가 입점해 있는 에이치 퀸스(H Queen's) 와 패더빌딩 등 전시장으로 채워진 건물에 관람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구룡반도 서쪽 빅토리아 하버에 개발되고 있는 서구룡 문화지구에 문을 연 엠플러스 파빌리온과 홍콩성 남쪽 웡척항 등 새롭게 부상하는 예술 공간을 탐험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도시가 온통 '전시중'이란 얘기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은 3월 27일 VIP 프리뷰로 막을 올려 31일 폐막했다. 홍콩과 중국,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70여 개국에서 미술 관계자 8만8000명을 끌어모은 대규모 잔치였다. 뉴욕 구겐하임부터, 영국의 테이트 등 국제적인 미술관 130여개 관계자가 찾았고, 35개국 242개 갤러리에서 참가했다. 닷새간의 매출이 1조원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의 아트페어'다.

'루이스 브루주아 열풍'

루이스 브루주아의 페인팅. [하우저앤워스 갤러리]

루이스 브루주아의 페인팅. [하우저앤워스 갤러리]

루이스 브루주아의 페인팅이 걸린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사진 이은주 기자 ]

루이스 브루주아의 페인팅이 걸린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사진 이은주 기자 ]

루이스 브루주아의 작품. [사진 이은주 기자]

루이스 브루주아의 작품. [사진 이은주 기자]

아트바젤 홍콩은 27일 VIP 프리뷰를 시작하자마자 기록이 속출했다. 독일의 조각가이자 화가인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작품이 175만 달러(20억 원)에 판매됐고, 루이스 브루즈아의 직물 석판화 약 40만 달러(4억5000만원)에 팔렸다. 중국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작가 자우키(1921~2013)의 '17.02.71-12.05.76'은 180만 달러(21억원)에,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대형 황금색 웃고 있는 꽃 조형물 '무제'는 130만달러(15억원) 정도에 팔렸다.

 그 많은 작가 중에서도 '올해의 작가'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가장 열렬한 관심을 받은 작가는 '현대미술의 대모'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였다. 국내 리움미술관의 거대한 거미 조각을 만든 프랑스 태생의 미국 작가다. 에이치 퀸스에 위치한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에서는 부르주아의 개인전을 열어 초반에 '완판' 기록을 냈고, 컨벤션센터 부스에서도 브루주아 작품을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루이스 브루주아의 작품이 전시된 에이치퀸스 빌딩의 하우저앤워스 갤러리 전시장.[사진 이은주 기자]

루이스 브루주아의 작품이 전시된 에이치퀸스 빌딩의 하우저앤워스 갤러리 전시장.[사진 이은주 기자]

브루주아는 조각가이자 설치 예술가이지만, 그 전에 화가였다. 그는 어릴 때 경험한 아버지와 가정 교사와의 불륜 사건을 계기로 '가정과 가족, 성애와 육체, 죽음과 잠재의식 등 다양한 주제를 탐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조각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이 소개됐다.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의 유타 나카지마 디렉터는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상하이 롱뮤지엄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 데 이어 최근 베이징 송미술관에서 그의 전시가 개막했다"며 "지금 중국에선 브루주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뜨겁다"고 말했다.

초현실주의와 페미니즘 예술과 많은 공통점을 가진 그의 작품은 당분간 아시아에서 더 뜨거운 '부르주아 열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불 작가는 빛났다

이불의'인피티니 월'. [사진 PKM갤러리]

이불의'인피티니 월'. [사진 PKM갤러리]

27일 밤, 홍콩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 타이퀀(Tai Kwun)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리만 머핀, 테다우스 로팍 갤러리, 한국의 PKM갤러리가 함께 여는 특별한 파티가 열렸다. 한국 작가 이불을 위한 자리였다.

아트바젤 홍콩에서 이불은 단연 '핫스타'였다. 메인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은 비행선 모양의 거대한 은색 풍선이 바로 이불 작가의 신작 '약해지려는 의지(Willing To Be Vulnerable II'(2019)였던 것. 이 작품은 이불 작가가 지난해 영국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선보인 '약해지려는 의지'의 새 버전으로, 이곳에 걸리자마자 바로 중국의 개인 미술관에 20만 달러(2억2000만원)에 판매됐다.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에선 이불 작가가 지난해 그로피우스 바우 전시에서 선보인 초기작인 실크 페인팅이 판매됐고, 한국의 PKM갤러리 부스에서도 LED 조명과 거울을 소재로 한 그의 새로운 설치 작품 '인피니티 월'이 판매됐다.

한국 작가, 새로운 기회? 

한국 갤러리는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 총 10곳이 참여했다. 메인 전시인 '갤러리즈'에 국제갤러리, PKM, 학고재, 아라리오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리안갤러리 등 6곳, 그리고 나머지가 갤러리바톤, 313아트프로젝트, 조현화랑, 우손갤러리 등이다.

조현갤러리는 김종학 개인전을 열었고, 학고재갤러리는 윤석남·신학철·강요배를 해외 컬렉터에게 소개했다. 리안갤러리는 전위적 이건용, 윤희 등의 작가를 선보였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프랑스에서 작업하는 윤희 작가의 원구형 금속 조각 작품 4점을 포함해 이건용의 200호짜리 구작과 남춘모·김택상 작가의 작품 등 모두 8점이 판매됐다"면서 "해외 전시 제안을 받아 협의중이다. 한국화 단색화 열풍 이후 해외 컬렉터들의 한국 작가들의 관심이 확실히 커졌다. 해외 마켓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우환, '선으로부터'(From Line,1980, 112.2 x 145.9 cm). 아트바젤 홍콩에서 국제갤러리를 통해 20억원에 판매됐다. [사진 국제갤러리]

이우환, '선으로부터'(From Line,1980, 112.2 x 145.9 cm). 아트바젤 홍콩에서 국제갤러리를 통해 20억원에 판매됐다. [사진 국제갤러리]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즈는 아트바젤 홍콩을 소개하며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강조해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신문은 "한국 화가 이우환의 작품은 이번 아트 바젤 홍콩 전시장에서 친근하게 보게 되는 작품 중 하나"라며 "는 페이스와 리슨, 국제 등 갤러리에서 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크 글림처 페이스 갤러리 대표는 "이우환은 "우리 세대의 거장이지만 한국 작가라는 이유로 그에 대한 이해는 15년 정도 뒤처져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 그를 알아보는 컬렉터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갤러리는 이건용 작가의 작품을 메인 공간에 걸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제갤러리는 이우환 작가와 하종현 작가의 작품을 포함해 총 40여 점의 작품을 판매했다.

아델라인 위 아트 바젤의 아시아 디렉터는 "아트바젤 홍콩은 예술가들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이라며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온 화랑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 갤러리들의 집중적인 참여에 놀랐다. 많은 지역의 미술계에서 다채로운 작가들을 선보여 새로운 작가를 발굴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한국 리안 갤러리부스. 재불 윤희 작가의 원구형 금속 조각품이 해외 컬렉터들로부터 인기가 높았다. [사진 Art Bagel HongKong]

한국 리안 갤러리부스. 재불 윤희 작가의 원구형 금속 조각품이 해외 컬렉터들로부터 인기가 높았다. [사진 Art Bagel Hong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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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Basel=1970년 스위스 바젤 출신의 갤러리스트들에 의해 설립돼 현재는 바젤을 넘어 마이애미·홍콩 등의 도시에서 열리는 대규모 아트 행사로 자리 잡았다. 도시마다 참여 갤러리가 조금씩 달라지고 이에 따라 선보이는 작품과 프로그램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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