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시민단체의 잇따른 사옥 건립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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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이 60억원짜리 여성미래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데 이어 참여연대도 24억원을 들여 사옥 부지를 구입했다고 한다.

두 단체가 건물 신축을 추진하는 사정은 이해할 만하다. 참여연대는 공간이 좁은 데다 건물주의 퇴거 요청을 받아 사무실을 비워야 하고, 여연도 공간이 좁고 임대료 부담이 과도한 데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여성단체들을 모을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두 단체는 재원 조달 방법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참여연대는 부지 매입비 24억6000만원 중에서 5억원은 '새보금자리 모금 회원캠페인'으로 충당했고 이 중 1억9000만원은 4월 후원의 밤 행사에서 모았다. 이때 상장사와 주요 벤처기업 850곳에 최고 500만원의 약정서와 초청장을 돌렸다. 기업의 편법상속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런 행사를 연 점도 도마에 올랐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3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대기업의 불우이웃돕기 성금 40억원을 회관 매입에 사용한 점을 비판한 적이 있다. 당시 논평에서 "기부금의 10% 내에서 쓸 수 있는 관리운영비를 제외하고 전액 사회복지사업 지원에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40억원을 지정기탁 형식으로 유도해 회관 매입비 등에 사용한 점은 분명 모금회의 기본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옥을 마련하고자 참여연대가 감시 대상인 기업을 상대로 손을 벌린 점이 공동모금회의 편법 행위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참여연대는 차제에 기업 후원금과 모금 내역을 공개하는 게 마땅하다.

여연이 센터 건립추진위원회에 청와대 비서관, 지속가능위.차별시정위 위원장, 열린우리당 의원 등 힘센 사람들을 대거 참여시킨 점도 시민단체의 본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여연은 그동안 여성의 권익신장에, 참여연대는 소액주주 권익 보호 등에 크게 기여하면서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성장했다. 두 단체는 위치에 걸맞은 도덕적 기준을 갖춰야 한다. 회관 건립비는 회비나 일반 시민 모금으로 충당하는 게 맞다. 권력화와 관변단체화는 시민단체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