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뜻밖의 얼리어답터 연예인을 만났다. 1970년대 은막의 스타로 장미희.정윤희와 함께 미녀 트로이카 1세대인 탤런트 유지인이 바로 그 주인공.
"원래 기계 조작해 보는 것을 좋아해요. 덕분에 새로 나온 기능성 화장품보다 신기한 공구세트에 더 눈이 가죠. 어릴 적부터 배터리가 들어가는 기계는 무조건 열어보고 해부를 해봐야 직성이 풀렸다니까요."
노트북.컴퓨터.디지털 카메라.휴대전화 모두 새로운 기종이 나오면 그녀의 커다란 눈이 더 커진단다. 남들은 포장 박스와 함께 고스란히 휴지통에 버리는 '제품 설명서'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어보죠.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무엇보다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는 것이 중요한데 기능에 완전히 익숙해지고 파악이 되면 그때 아이들에게 제가 직접 가르쳐준답니다."
세대 차이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아이들보다 더 앞서가는 신세대 엄마 유지인. 올해 19세, 20세 된 두 딸도 엄마를 쏙 빼닮아 그런지 어릴 적부터 인형보다 헬리콥터와 탱크를 가지고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고. 항상 지고지순, 청순가련, 비련의 여주인공 역할만 맡았던 극중의 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실제 성격은 호기심 많고, 유쾌한 '왈가닥 루시'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녀의 유년시절도 항상 오른팔에 나무칼을 차고 '나를 따르라'를 외쳤던 말타기 달인 골목대장이었다는데….
"지금도 조용한 분위기를 잘 못 참아요. 보기와 달리 웃겨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서 모임에 가면 항상 제가 가장 말을 많이 해요."
유지인에게 말수보다 더 많은 것은 바로 '웃음'이다. 낯선 사람과 마주쳐도 먼저 눈웃음으로 인사하는 밝은 성격은 물론, 아침형 연예인이라는 부지런함까지 더해져 인생의 심심할 틈이 1㎜도 없다는 그녀. 그래서인지 세월의 시간조차 끼어들 여지가 없었던 그녀의 해맑은 얼굴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동안(童顔)의 교과서였다.
"저희 아이들이랑 눈높이를 맞추려고 살아서 그런가. 늘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노래방 가서도 요즘 최신 곡만 불러주죠. 머리는 앞서가는 디지털, 가슴은 따뜻한 아날로그가 제 인생의 모토랍니다."
같은 기계를 가지고 어떤 기능을 쓰는지 개개인에 따라 참 다르다. 그러고 보면 같은 시간을 가지고도 어떤 인생을 사는가는 사람마다 정말 다른 것 같다.
이현주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