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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사거리 167㎞ … 이지스함용 '블록 ⅢB' 미사일…한국, 미국에 48기 구매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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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 정부가 2008년 전력화 예정인 7650t급 KDX-Ⅲ(한국형 3세대 구축함) 이지스함에 최대 사거리 167㎞인 SM-2 블록 ⅢB(이하 블록ⅢB) 함대공 미사일을 장착하기로 하고, 미국에 이 미사일 48기를 주문했다. 미 국방부는 이를 판매하기로 하고, 지난달 26일 국방안보협력국(DSCA)을 거쳐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DSCA는 블록ⅢB 미사일 48기와 발사 시스템.장비 등의 구매가가 1억11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국, 적극 지원 방침=미 국방부는 "한국은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우방"이라며 "동맹국의 자주 국방 능력 강화를 지원하는 건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은 이미 블록ⅢA를 쓰고 있으므로 블록ⅢB를 전투 시스템으로 활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블록ⅢB는 적 항공기를 추적.격추하는 블록ⅢA에 음속 이하 속도의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더한 미사일이다. DSCA는 한국이 블록ⅢB를 설치하고 시험과 훈련을 마치려면 6개월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은 확보 못해=한국이 구입을 요청한 블록ⅢB는 적 항공기를 추적.요격, 이지스함을 방어하는 용도에 쓴다. 하지만 한국은 애초 사거리 190~370㎞에 음속으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을 추적하고 요격할 수 있는 블록Ⅳ 미사일의 구입을 검토했다. 블록Ⅳ는 함대와 지역 방어까지 할 수 있는 대공 미사일이지만, 미국 측이 북한 등의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한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기 위해 개발을 중지했다.

◆ 일본은 MD 참여로 요격 능력 확보 중=현재 한국은 과도한 비용 부담과 주변 안보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미국의 MD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일본은 MD에 적극 참여해 현재 해상자위대가 보유하고 있는 4척의 콩고(金剛.7250t)급 이지스함의 시스템을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2007년 전력화할 차세대 아타고(愛宕.7700t)급 이지스함은 처음부터 MD에 맞춰 레이더와 무기 시스템을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앞으로 일본 이지스함은 북한 등의 탄도미사일을 추적.요격할 수 있게 되는 반면, MD에 참여하지 않는 한국은 이 능력을 확보하기 힘들게 됐다.

일본은 자위 범위를 넘는다는 이유로 이지스함에 공격용 무기인 순항 미사일을 장착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 이지스함은 32기의 순항 미사일을 갖출 예정이어서 일본보다 우위에 설 전망이다. 한국 해군은 2008년 안용복함을 시작으로 지덕칠함(2010년), 윤영하함(2012년) 등 이지스함을 차례로 전력화할 예정이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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