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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무승부 혈투…민주당엔 민심 경고, 황교안 시험대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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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3일 통영시 선거사무실에서 통영·고성 지역구 당선이 확실시되자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경남 창원 성산에서 당선된 정의당 여영국 후보. [송봉근 기자]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3일 통영시 선거사무실에서 통영·고성 지역구 당선이 확실시되자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경남 창원 성산에서 당선된 정의당 여영국 후보. [송봉근 기자]

PK(부산·경남) 목장의 결투는 무승부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모두 앞으로의 희망과 현재의 약점을 모두 드러낸 선거였다.

국회의원 보선 1대 1 #여영국 내내 뒤지다 막판 역전 #“여당에 보다 겸손하라는 메시지” #황교안, 측근 정점식 당선시켜 #정의당은 진보 성지 창원 수성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나서긴 했지만 민주당으로서는 0대2 완패를 피함으로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 개각 인사 실패 등으로 이어진 악재를 견뎌냈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당은 여론조사에서 크게 밀리던 창원 성산에서 막판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쳤고, 통영·고성에선 낙승을 거두면서 과거 PK 맹주로서의 체면을 지켰다.

◆여권에는 경고등=민주당이 창원 성산에 단일 후보로 내세운 여영국 후보는 한때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 이해찬 대표는 현지에서 “여영국은 민주당 후보”라고 지원하며 공을 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1대1 무승부는 0대2 패배에 가까운 결과로 보는 평가가 당내에서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여당에 보다 겸손해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우리 당 내에서도 이번 선거 결과 두고 쓴소리가 나올 게 뻔하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경남 창원에 원룸을 잡고 아예 가서 사는데 우리 당 지도부는 너무 안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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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가 다음 달 열릴 당 원내대표 경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경선에선 당권파에 힘을 실어주느냐, 비당권파로 당을 보완하느냐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대1의 결과는 당내에 더 다양한 목소리를 촉발시킬 가능성이 크다.

◆시험대서 고비 넘은 황교안=정치 입문 40일 만에 첫 시험대에 오른 황교안 대표가 일단 고비를 넘기며 장악력을 다질 수 있게 됐다. ‘진보의 성지’로 불리는 창원 성산에서 접전을 펼쳤고, 자신의 측근인 정점식 후보를 당선시켰다. 황 대표는 지난달 20일 창원에 방을 구해 상주하며 매일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을 오가는 강행군을 펼쳤다. TK(대구·경북)의 한 의원은 “현장에 가 보니 황 대표에 대한 지역 반응이 좋아 다들 놀랐다. 솔직히 후보보다 당 대표의 힘으로 끌고 간 선거”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선거기간 중 불거진 ‘노회찬 전 의원 비하’ 논란 등 당의 강경 보수 이미지가 향후 황교안 체제의 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향후 황교안호가 강경 보수 일변도로 가면 혁신과 통합은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1석도 얻지 못한 바른미래당은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손학규 대표는 당 지지율보다 낮은 득표율이 나오면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신세가 됐다. 민주평화당은 전북 전주 완산구 기초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후보를 당선시켜 호남 민심을 확인하는 성과를 냈다.

◆‘진보 1번지’ 지켜낸 정의당=정의당은 민주노동당 권영길 전 의원과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을 배출한 창원 성산을 ‘진보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을 지켜냈다. 노 전 의원이 사망하면서 좌절됐던 민주평화당과의 제4 교섭단체 구성도 다시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제4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면 향후 선거법 협상 등에서 정의당의 목소리를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범여권 후보 단일화까지 했지만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는 점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 민심이 진보 진영에 마냥 우호적이진 않다는 사실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성운·윤성민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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