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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강국 한국, 세대간 정보격차도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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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영국인 50세 이상의 인터넷 인구 6백만명 중 3백만명이 사가 사이트를 이용합니다."

지난달 영국 켄트 지방에 있는 노인전용 포털사이트 사가(www.saga.co.uk) 본사에서 만난 재닛 톰슨 이사는 "영국 노인들의 인터넷 이용률이 높기 때문에 굳이 10, 20대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노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해도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1997년 구축된 이 사이트는 50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으며 현재 정식 회원 수만 1백20여만명에 달한다. 영국의 50세 이상 인터넷 이용률(2001년 기준)이 32%로 10, 20대(44%)에 상당히 근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세계 1위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하는 정보기술(IT)강국 한국의 현실은 영국과 판이하게 다르다. 젊은층과 노인층 간 정보격차(Digital Divide)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최근 발표한 '정보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와 50대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 격차는 99년 39%에서 올해 84%로 벌어졌다. 2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94.3%인데, 50대 이상은 10.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세대 간 격차율 12%, 미국의 27.9%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세대 간 정보격차가 갈수록 많은 문제점을 일으킬것이라고 지적한다. 당장 전자정부 서비스 같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서비스에서 노년층은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현재 구축된 전자정부 서비스는 노인층이 이용하기 힘들고, 관련 콘텐츠도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2005년까지 복지.건강.취업 등 노인대상 정보를 제공하고 사이트를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T가 강조되는 한국 사회에서 정보화에 취약한 50세 이상 노년층은 재취업 등에서도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는다.

IT산업의 왜곡현상도 심각하다. 현재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무선인터넷은 노인층 이용이 전무하다. 네이트(www.nate.com)의 경우 거의 모든 콘텐츠가 젊은층을 위한 것으로 SK텔레콤은 50대 이상은 아예 연령별 조사 분석 대상에 넣지도 않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노인대상 콘텐츠가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수익성이 없어 콘텐츠가 공급되지 않고 콘텐츠가 부실해서 노년층 이용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기업협회 허진호 회장은 "구매력이 높은 중장년 이상을 인터넷으로 끌어오지 못하면 인터넷산업은 더 발전하기 어렵다"며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수익모델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보격차 해소 예산은 오히려 줄고 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올해 2백25억원 수준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예산이 내년에는 30%가량 줄 것으로 보인다"며 "컴퓨터나 인터넷보다 다른 현안들이 더 중요하다는 게 예산부처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염태정.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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