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클럽 버닝썬 직원들이 한밤중에 자료를 파기하는 듯한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SBS가 2일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밤, 자정 가까운 시간에 버닝썬에서 여성 두 명이 걸어 나왔다. 이들은 마스크를 하고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채 주위를 살펴보며 맞은 편 건물로 이동했다. 여성 한 명의 손에는 짐이 한아름 들려 있었다.
버닝썬이 위치한 르메르디앙 호텔과 불과 50m 떨어져 있는 건너편 건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건물의 소유주는 전원사업으로 나타났다. 전원사업은 르메르디앙 호텔의 소유주이자 버닝썬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곳이다. 버닝썬에서 나온 이들이 들어간 건물에서는 새벽까지 불빛이 새어나왔다.
새벽 3시쯤에는 검은색 옷을 입은 남성이 건물 앞에 도착해 사무실로 들어갔다. SBS에 따르면 검은색 옷을 입은 남성은 한 연예기획사에서 임원으로 일했던 이모씨로 해당 연예기획사는 클럽 버닝썬과 DJ 출연 계약을 맺었던 곳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건물에서 20ℓ 크기의 쓰레기봉투 두 개가 나왔다. 봉투 안에는 파쇄된 종이가 들어있었다. 1일 오전 11시 반쯤에는 마스크를 한 여성과 이씨가 A4상자 두 개를 들고나와 소형화물차를 불러 어디론가 보내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씨는 이날 건물 방문에 대해 "먼저 작업을 하고 있던 여성이 밤샘 작업에 필요한 일손이 필요하다고 부탁을 해 도와주러 간 것뿐"이라며 "해당 여성은 과거 버닝썬 직원으로 르메르디앙 호텔에도 소속이 돼 있었기 때문에 호텔 사무실을 드나들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또, 화물차에 실려 보낸 상자에 대해서는 "국세청에서 요청한 자료가 있어서 버닝썬 매출 영수증 등을 정리해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SBS에 "관련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상식적이지 않은 자료 제출 방식"이라고 답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