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체육 통해 밝은 청소년 육성-초대 청소년연구원장-이윤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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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청소년 문제가 우리 나라에서도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정책과 관련한 연구조사를 전문적으로 담당케 될 체육부 산하 한국청소년연구원이 문을 열어 초대원장에 이윤구 (60·전 한신대교수)박사가 취임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우장산 공원 내 청소년 센터에서 가진 지난 1일의 현판식에는 강영훈 국무총리·김집 체육부장관 등 정부측 인사와 청소년 관련 종교계 인사 등 5백여 명이 참가한 것은 물론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연구원의 현판을 직접 써주는 등 청소년문제에 대한 각계의 각별한 관심이 쏟아졌다.
-급증하는 청소년비행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봅니까.
▲어려서부터 문제성을 지니고 있는 어린이는 하나도 없습니다. 단지 그들이 속해 자라나는 가정·학교·사회에 문제가 많아 청소년비행이 발생하게 되지요.
결국 청소년비행은 사회환경이나 구조적 모순에서 발생하므로 그들을 보살펴야하는 부모·교사·주변 사람들의 총체적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연구방향과 사업계획을 말씀해주시지요.
▲청소년비행을 발생케 하는 사회병리현상의 분석과 그 제거 방안에 초점을 둘 것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민법·아동복지법 등 산발적인 청소년관계법을 흡수 통합한 새로운 청소년육성법안을 연구하겠습니다.
또 청소년단체 및 지도자육성을 위한 장기계획을 수립, 시행함은 물론 프로그램의 연구개발사업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특별히 생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지금 9세 어린이가 15∼20년 뒤 성인이 되었을 때의 바람직한 미래 청소년 모델 정립작업 입니다.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동기라도 있습니까.
▲한신대 재학시절 인보 활동을 하느라 빈민굴에 거주한 적이 있었어요. 한 서울역 지게꾼이 자동차가 늘어나는 바람에 일거리가 없어져 정신분열 증세를 보였는데 그의 딸이『자동차 운전수를 모두 죽이겠다』고 섬찍한 말을 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청소년과 사회구조의 관계에 눈을 뜨게 된 충격이자 동기였지요. 이후 미국·영국 등지에서 사회행정분야의 학위를 마치고 유엔아동기금 (UNICEF) 의 이집트·인도·방글라데시 책임자로 일할 때엔 비타민 한 알을 못 먹어 눈이 멀어 가는 인도 어린이들, 또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제 몸만 한 기관총을 멘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살기 띤 눈빛 등을 보았지요.
뿐만 아니라 국교생 비만증으로 법석인 일본이라든지, 자신이 갖고있는 주식시세가 떨어졌다고 집단 자살하는 미국 어린이들의 예도 보았습니다. 빈곤도 풍요도 모두 청소년 문제의 배경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모든 사회적 역기능을 동시에 극복하는 청소년 윤리관의 확립이 시급함을 깨달아왔습니다.
-청소년 선도의 구체적 방법론이 중요할 텐 데요.
▲체육·레크리에이션·클럽활동 등 2차 집단활동이 청소년 선도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청소년 육성 프로그램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정신과 신체가 모두 건강한 청소년 상을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사회체육의 활성화는 매우 절실한 수단이자 과제중의 하나 입니다.
-종래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제목소리를 못내 면서 유명무실화한 예가 많은데요.
▲정책화되지도 않을 죽은 문서나 만드는 형식적 연구를 하기엔 청소년·문제가 너무 심각합니다.
구름 잡는 얘기보다 실현 가능한 현실적 문제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가겠습니다.<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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