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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창업비 3억 지원? '100시간 교육' 먼저 받으세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42)

탁한성(53)씨는 경북 청도가 고향이다. 고향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행히 서울에 있는 유명 사립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통신회사에 입사해 현재는 서울 본사에서 회계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30년 이상을 서울에서 살았지만, 항상 마음은 고향인 청도에 있다. 자주는 못 가지만 명절이나 집안 행사로 고향을 가면 너무나 푸근한 느낌이 들었고 마음이 편했다. 고향에서 오랜만에 옛 친구들과 만나면 학창시절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때로는 밤을 새우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4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심각하게 퇴직 이후를 고민하게 되었다. 답답한 도시생활보다는 항상 꿈꾸던 전원생활이 본인에게 맞는 거 같았다. 또 어렸을 때 집안에서 감 농사를 짓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고향으로 귀향해서 감 농사를 지으며 은퇴 생활을 하는 것도 좋을 거 같았다.

아내에게 귀농 이야기했더니 처음엔 퇴짜

경북 청도가 고향인 탁 씨는 은퇴 후 고향으로 귀향해서 감 농사를 지으며 은퇴 생활을 하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이야기를 꺼냈지만 아내의 대답은 확고했다(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청도가 고향인 탁 씨는 은퇴 후 고향으로 귀향해서 감 농사를 지으며 은퇴 생활을 하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이야기를 꺼냈지만 아내의 대답은 확고했다(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프리랜서 공정식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고향으로 귀농하는 이야기를 꺼냈지만, 도시 출신인 아내의 대답은 확고했다. “뭔, 당치 않은 소리를 하세요. 이제까지 서울에서만 살던 내가 시골에서 어떻게 농사를 지어요. 게다가 이 나이에 시집 동네에 가서 뒤늦은 시집살이를 하라고요. 정말 귀농을 원한다면 당신 혼자 가세요.”

세상에 부인을 이기는 남편이 어디 있겠는가. 어떻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혼자만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우연히 온난화 현상으로 감 재배 지역이 북쪽으로 올라가 강원도 양양지역에서 감 농사가 잘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혹시 내가 청도가 아니고 양양으로 가서 감 농사를 지으면 어떻겠어. 당신 함께 갈 수 있어?” 탁 씨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이 귀농을 그렇게 원하는 데다 휴가나 여행으로 가본 양양이야 바다 경치 좋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니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그곳이라면 나도 함께 갈게. 대신 나 농사일시키면 안돼”라며 승낙했다.

탁 씨는 귀농·귀촌종합센터를 방문해 관련된 교육을 이수했다. 또 회사에서 20년 근속자에게 주는 1개월을 쉴 수 있도록 하는 안식월 제도를 활용해 모 대학에서 주관하는 1개월간 귀농 합숙교육에도 참석했다. 예비 귀농자를 위한 교육인데도 불구하고 예상외로 먼저 귀농한 선배들이 많이 참석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귀농 지원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100시간 이상의 교육 이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 참석한 것이다. 귀농 후 정착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선배 귀농인들로부터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39;2018 귀농귀촌 청년창업 박람회&#39; 양양군 부스에서 참관객들이 귀농귀촌 상담을 받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해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39;2018 귀농귀촌 청년창업 박람회&#39; 양양군 부스에서 참관객들이 귀농귀촌 상담을 받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내와 양양을 방문했다. 양양군 귀농·귀촌지원센터를 방문해 구체적인 상담을 통해 감 농사에 적합한 지역과 그곳에서 영농활동을 하는 선배귀농인도 소개받았다. 또 양양군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지원정책에 대한 정보도 확인하면서 차근차근 귀농계획을 현실로 만들었다.

귀농은 도시에서 생활하는 많은 직장인의 로망이다. 하지만 귀농은 사회적 이민이라고 말할 만큼 위험 요소도 많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귀농을 생각하면서 처음 떠올리는 이미지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옆에 텃밭을 가꾸는’ 전원생활일 것이다.

아마도 그림 같은 집을 짓는 과정에서 준비한 노후자금의 절반 이상을 소진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하고 귀농을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다른 경우가 많다. 지역 주민과 불화가 생기던가, 농사일이 본인에게 맞지 않던가, 아니면 갑자기 병원을 방문할 일이 많아지는 등 다양한 이유로 도시도 다시 돌아와야 하는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본인이 살던 전원주택을 제값 받고 파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실제 역귀농도 꽤 많을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구체적으로 귀농을 생각하고 있다면 각 지역에 마련되어 있는 귀농·귀촌종합센터(www.returnfarm.com)를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곳은 귀농·귀촌과 관련된 기관들이 모두 모여 있다. 이곳에선 가장 먼저 상담을 통해 현재의 준비 상황을 진단하고, 단계별로 적합한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안정적인 귀농·귀촌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는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을 것을 추천한다. 해당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단계별로 점검할 것과 관련 사이트에 대한 안내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결행 전 꼭 방문해야 할 귀농·귀촌종합센터

귀농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에는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 단계별로 점검할 것과 관련 사이트에 대한 안내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사진 귀농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 캡쳐]

귀농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에는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 단계별로 점검할 것과 관련 사이트에 대한 안내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사진 귀농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 캡쳐]

예비 귀농인이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하는 것은 정부 지원정책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별로 귀농·귀촌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귀농·귀촌을 통해 전 국민의 절반 정도가 몰려 있는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인구 분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지원정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은 더욱 심각하다. 2016년 고용정보원 발표에 따르면 84개의 시와 군이 인구 감소로 인해 소멸위험에 있으며, 이 속도는 점점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결국 인구를 늘리는 게 관건인데, 귀농정책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귀농·귀촌 교육에 대한 지원은 필수고,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귀농닥터·귀농인의 집·귀농농업창업 및 주택구매지원 등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시와 군별로는 귀농인이 지역 주민과 어울리는 비용을 대주는 등 특화된 지원정책으로 성공적인 정착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매지원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귀농 세대에게 영농기반, 농식품 제조·가공시설 신축(수리) 또는 구매비용을 최대 3억 원까지 지원하며 주택구매, 신축, 증·개축 비용을 최대 7500만원까지 지원한다. 구체적으로는 2% 금리로 5년 거치 10년 원금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대출해준다. 물론 개인별 신용과 담보평가액에 따라 차등이 있을 수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귀농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지원 제도는 도움이 된다.

귀농·귀촌도 대한민국 반퇴자들에게 일과 관련된 훌륭한 대안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위험이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정부 지원정책을 활용하면서 단계별로 준비한다면 멋진 은퇴 후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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